전차군단 "도르트문트를 사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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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탈리아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독일은 1923년 1월 1일 밀라노에서 이탈리아와 첫 맞대결을 펼쳐 1-3으로 패한 후 역대 전적 7승8무13패로 저조했다. 가장 최근인 3월 1일 평가전(피렌체)에서는 1-4로 대패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독일은 이탈리아와 네 차례 맞붙어 2무2패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도르트문트에서 벌어지는 독일 월드컵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의 우세가 점쳐지는 이유다.

◆ 이번에도 이탈리아

양 팀이 월드컵에서 처음 만난 것은 62년 칠레 월드컵 2조 예선에서였다. 독일(당시 서독)은 2승, 이탈리아는 1승1패인 상태에서 맞붙은 결과 0-0으로 비겨 독일이 조 1위로 8강에 올랐고, 이탈리아는 탈락했다.

70년 멕시코 월드컵 준결승에서 만난 양 팀은 역사에 남는 혈전을 벌였다. 이탈리아는 전반 8분 보닌세냐의 골로 앞서갔으나 경기 종료 직전 서독의 쉬넬링거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전반 4분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역전골을 넣자 4분 뒤 이탈리아의 부르크니치가 2-2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리바가 전반 14분 재역전골을 터뜨리자 후반 5분 뮐러가 다시 3-3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리베라가 1분 만에 골을 뽑아내 4-3 승리로 마감했다.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2라운드 A조 예선에서 양 팀은 다시 0-0으로 비겼고, 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결승전에서 만났다. 경기는 이탈리아의 일방적인 리드였다. 후반 12분 파올로 로시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24분 타르델리, 36분 알토벨리의 추가골이 터졌다. 독일은 후반 38분 폴 브라이트너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 이번에는 독일

월드컵 무대에서 24년 만에 이탈리아를 만난 독일이 믿는 것은 이번이 홈 경기이며, 장소가 도르트문트라는 사실이다. 맞대결 세 차례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대회였고, 한 차례가 스페인이었다.

이번에는 홈 경기인 만큼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독일은 1935년 이후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경기장에서 벌어진 A매치에서 13승1무의 무패 행진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승부차기 징크스'다. 독일은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4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이탈리아는 3전 전패를 당했다. 독일 언론들은 양팀이 승부차기까지 갈 경우 독일이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쾰른=최원창 J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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