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배지 10여종 ... 신분 나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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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양 AFP=본사 특약】북한사람들의 가슴에는 미소는 없지만 하늘을 향한 큰 눈과 함께 「자애롭고 잔잔하고 고귀하며 탁월한」지도자 김일성의 얼굴이 반짝거리고 있다.
이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의 성인들은 거의 다 그와 같은 배지를 달고 있다. 북한 노동당의 당원이면서 영어교사인 4O대 남자는 『건국의 어버이이신 위대한 지도자께서 항상 옆에 있다고 느끼고 싶어 배지를 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지는 왼쪽 가슴 위에 단다고 덧붙이면서 모든 북한 사람들이 그와 가까이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양각 호텔 바에서 평양산 맥주를 자랑스럽게 건네주면서 한 여 종업원은 『나는 위대한 지도자를 대단히 존경하며 그가 내 심장 가까이에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주민들은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배지를 착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며 착용하지 않았다 해서 벌금을 무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배지의 디자인은 몇 가지 형태와 색상으로 다양하나 상징화된 김일성의 초상만은 동일하다.
몇 가지 종류의 배지가 있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12종류는 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일반적이다.
배지의 김일성 초상은 안경을 끼지 않은 미남으로 젊지도 늙지도 않은 모양이다.
중국에서 유행한 모택동복을 모방한 회색 양복을 입은 채 약간 비스듬히 하늘을 바라다보는 그의 얼굴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스타일로 그려져 있다.
북한 사람들은 달고 있는 배지의 종류에 따라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소위 「계급 없는 사회」에서 인민들을 구분하기 위해 배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넌지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말로는 당원이나 재일 조총련계 인사들이 쓰는 것과 같은 특별한 배지가 있다고 했다.
김일성 배지는 행정 기관이나 당을 통해서 상으로 주어진다.
백화점 같은 곳에서 김일성 배지를 살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치도 않은 말씀, 그런 고귀한 물건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한 북한사람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인이 북한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때는 김일성 배지가 상으로 수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지 착용에 나이제한은 없지만 15세가 되야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후계자 김정일 배지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민들이 그것을 요구했지만 「친애하는 지도자」김정일이 거절했다고 했다.
김일성의 초상화는 외국인들이 출입하는 공항청사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초상화는 「친애하는 지도자」김정일의 사진과 함께 집집마다 걸려있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배지가 처음 사용된 것은 한국 전쟁 이전 부터라고 말하고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인기를 모아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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