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금값 더 뛸까, 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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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1세기판 '골드 러시'가 끝날 것인가. 최근의 금값 폭등을 둘러싸고 거품 논쟁이 한창이다.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과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제 금값은 5월 12일 온스당 732달러까지 치솟아 26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일에는 온스당 618달러로 100달러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1년 전(440달러)에 비해서는 40% 이상 오른 상태다.

지난 주 영국 런던금시장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향후 18개월 내에 금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 시장 분석기관인 영국의 골드필드 미네랄 서비스(GFMS)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금은 모두 15만5500t에 달한다. 이중 각국 중앙은행이 18%를 갖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보유량은 16% 정도다. 나머지는 귀금속 업체들과 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다. 개인이 올해 매입한 금이 수백t 규모에 이르지만 이 정도론 금 시세의 고공행진을 떠받치기 어렵다. GFMS 관계자는 "장식용이나 산업용으로 쓰이는 금의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다"며 "중국이 투자자산의 위험 분산을 위해 금 매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값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업계 일각에선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의 회계법인인 언스트 앤 영(E&Y)의 관계자는 "지금은 어리석게 들릴지 모르지만 석유 값이 크게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금값도 온스당 10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금 관련 금융상품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꼽힌다. 영국 최대 연기금인 헤르메스펜션매니지먼트는 10억 파운드(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국제적인 금 펀드인 '익스체인지 트레이디드 골드'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한 금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37%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과거 10여년 동안 금값이 온스당 33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업체들의 투자가 미흡했다. 하지만 공급 증가를 위한 시설확충엔 최소 6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또 전통적으로 달러화의 가치와 금값이 반비례 관계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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