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으로 시사토론 제몫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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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주에는 6·29선언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사회변화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는 특별기획을 양TV가 시의 적절하게 마련해 주목을 끌었다. 또 오랫동안 방송가에서 논란을 벌여왔던 이철규변사 사건 특집도 MBC에서 방송됐다.
MBC는6·29 2주년평가 특집『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와 이군 변사 특집『이철규군의 죽음』을 각각 토론형식으로 제작, 토론프로가 가지는 심층보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많은 토론프로가 시사적인 문제를 다룸에 있어 어느 한쪽(대체로 정부)입장에 치우쳐 방송이 정부시책의 홍보기능을 하거나 심지어 여론을 호도하기까지 하는 역기능을 노출해 비난을 받아왔는데 이번 두 프로는 6·29 2년 후의 우리의 위상과 이철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보다 입체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순기능이 돋보였다.
27일 방송된『이철규군의 죽음』에서는「실족익사」를 주장하는 검찰·국립과학수사연구소 측과「타살 후 사체유기 가능성」을 주장하는 이군 사건대책위 측 관계자들을 출연시켜,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상대를 논박하는 과정에서 상세히 보도되지 못했던 사건의 의문점들을 파헤쳤다.
그러나 도입부에서 당시의 현장을 시간별로 정리하면서 광주 MBC가 제작했던 의문점중심 기획 물을 너무 압축해 일부만 삽입함으로써 검찰의 조사결과 또는 추정부분과 대책위 측 주장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아 이해에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었다.
『박경재 시사토론』으로 마련된 6·29특집「우리는 어디에 서있나」는 최근 서경원의원과 임수경양 밀입북사건과 관련, 대외정책의 큰 전환점이 된 7·7언이 가지는 현재의 위상에서부터 6·29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화정도를 점검해 나감으로써 시사토론의 의미를 적절히 살렸다.
KBS도 6·29 2주년특집으로『목요기획』「민주화 2년, 어디로 가고 있나」를 마련, 6·29이후 민주화의 과정을 점검하고 미국·일본 등 외국에서 보는 관점, 관계학자들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프로는 6·29이후의 사회변화를 6·29정신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나가면서 6·29 자체를 이상적 이념으로 전제하고 6·29정신이 그 후 구체적 현실에서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을 지적해 나갔다.
그러나 이 기획프로는 6·29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민주화 운동의 힘과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정치세력의 성격을 명확히 하지 못해 그 후 실행이 어려워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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