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정치 인생 '복기' 강금실 정치 재개 '의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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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정동영 전 의장과 서울시장 후보로 뛰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대중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일상에서 두 사람의 움직임엔 큰 차이가 있다. 정 전 의장은 공식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둔'하고 있다. 반면 강금실 전 장관은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송별 파티를 했고 활달하게 지인들과 만난다.

◆ 정동영은 은둔 중=정 전 의장이 퇴임 직후 당 안팎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당내엔 그가 외국 여행을 떠났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퇴임 뒤 며칠간 강원도로 휴가를 간 것을 빼고는 줄곧 서울 서초동의 자택(아파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측근의 전언이다.

정 전 의장은 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의 좌절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차분하게 돌아보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지인의 권유로 '간찰, 선비의 마음을 읽다'는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황.이이.정약용 등 옛 선비들이 고독함과 정치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쓴 편지를 담은 것이다.

정 전 의장은 오전에 자택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근교로 나들이를 나간다고 한다. 지난달 말에는 부인 민혜경씨와 결혼 25주년 여행을 다녀왔다. 그의 정치 복귀 시점에 대해선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인의 결심도 중요하지만 정치 상황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 정치 뜻 세운 강금실="나는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은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미안해한다."

지난달 말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강금실 전 장관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어두운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현실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좀 더 잘했으면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시골에도 다녀오고 좀 쉬었다. 그 뒤엔 캠프 관계자들을 만나 고마움을 전했다"고 말했다.

-언제쯤 '여의도'에서 볼 수 있나.

"선거 때 신경 써 준 분들을 찾아가 인사하고 싶은데 아직은 내가 무슨 행동이나 말을 하면 과대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 조심스럽다. 7, 8월엔 좀 쉬면서 전국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그 뒤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겠다."

-목소리가 참 밝다.

"호호. 나쁠 게 뭐 있나.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안쓰러워해 그게 걸린다. 지금 당장 도와준 분 모두에게 인사는 못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대신 안부를 전해 달라."

정치권은 강 전 장관의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 당시부터 정치할 뜻을 세웠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 결심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선거 캠프의 핵심 역할을 했던 한 의원은 "강 전 장관이 정치를 하는 건 분명하다"며 "그러나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당장 나타나진 않을 거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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