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법인 ‘뒤숭숭’…비위직원 해고, 임원은 ‘줄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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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최근 비위 직원을 잇달아 해고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 감사에서 미국 법인 소속 일부 마케팅 담당자가 회사 규정을 어기고 홍보대행사, 언론사 광고담당 직원 등과 부적절한 거래를 한 것을 파악했다.

이들 중 일부는 “삼성의 조사 결과가 사소한 측면이 있고 불공정하다”며 해고 조치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감사에 적발된 미국법인 일부 직원들은 지난 15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근무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WSJ "비위 적발된 일부 직원, 회사에 불만" 

현지 언론은 최근 삼성전자 현지 법인 고위 임원의 잇단 사직도 이번 내부 감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선 팀 백스터 법인장 겸 북미총괄(사장), 마크 매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제이 알트슐러 글로벌미디어 전략ㆍ구매 담당자 등이 사임을 발표했거나 회사를 떠났다.

미 IT 매체 더버지는 “마크 매튜가 내부 감사 직후 갑자기 회사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사표를 낸 마크 매튜 CMO. [사진 엔가젯]

최근 삼성전자에 사표를 낸 마크 매튜 CMO. [사진 엔가젯]

노트 7사태 수습 미 임원진, 잇단 사의 표명 

이번에 삼성전자 북미 법인을 떠나기로 한 임원들은 회사 안팎에서 삼성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팀 백스터 총괄은 2016년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화재 사태를 일선에서 수습했다. 그는 올 초 “6월까지만 근무하겠다”며 회사에 사의를 밝혔다.

매튜 CMO는 언론사, 광고대행사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홍보마케팅에서 벗어나 유튜버, 1인 제작자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미국 내 삼성 브랜드 가치를 올린 선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 IT매체 엔가젯 역시 “두 사건이 연결돼 있는지 명확하진 않으나 타이밍 상 주의를 끌 만할 일(the timing is at least raising eyebrows)”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마케팅 조직에 일부 변화" 

삼성전자는 24일 중앙일보에 “최근 북미 법인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북미법인 마케팅 조직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백스터 사장과 매튜 CMO의 사직에 대해선 “회사 바깥에서 더 큰 기회를 찾기 위해 떠난 것이지, 직원들의 비위 혐의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WSJ에 따르면 삼성의 미국 내 직원 수는 1만8000명 수준이며, 지난해 연간 미디어 관련 비용(디지털 부문 제외)으로 5억8300만 달러(약 6590억원)를 썼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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