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한문교사 "태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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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고교 한문교육이 유자격교사의 절대부족으로 대부분 비전공교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교육의 부실화현상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고교 한문교육은 지난 72년 한문이 독립과목으로 부활되면서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시작했으나 86년 현재 유자격 교사 확보율은 전국 평균 33.19%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절대다수의 학교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한문과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재 대학·대학원과정의 인문·사회계열 전공자 가운데 상당수가 고문헌의 해독을 위해 집중적인 한문수련을 쌓고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한문교육연구회는 이같은 한문교육 난맥상의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발표대회를 7월1일 오후 3시 성균관대 시청각교육원 세미나실에서 갖는다. 허권수교수(경상대)는 미리 배포한 주제발표논문에서 지난해 12월 경남지역의 2백89개 중·고교의 한문교육실태 조사결과 자격증소지 교사는 43명에 불과, 확보율이 8.7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이희목교수(경성대)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유자격교사 확보학교도 전체의 12.34%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유자격 한문교사의 부족현상은 특히 공립학교에서 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현행 교육제도상 공립학교는 국립사범대 출신자의 임용발령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사범대 가운데 한문교육과가 있는 곳은 강원대와 공주사대뿐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국어교사가 한문을 함께 맡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회·체육·수학·음악·상업·기술·도덕·미술·가정·과학·영어교사들이 맡고 있는 학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허교수는 『최소한 문학·역사·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한문학사의 흐름, 한자의 생성원리, 문법적구조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정상적인 한문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비전공자의 한문교육은 요리사가 양재를 강의하는 골』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비전공 한문교사들 가운데는 한문수업이 있는 날은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전공수업시간에서까지도 말을 더듬는가 하면 심지어는 출근하기조차 싫은 경우까지 있다고 역시 비전공 한문교사인 이은숙교사(도봉중)는 말했다. 이같은 파행적 교육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허교수가 경남지역 중·고교출신의 경상대학생 4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교재나 신문·잡지를 읽는데 불편을 느낀다고 답변한 학생이 3백21명, 일상언어생활에서 불편을 느낀다고 답변한 학생은 3백1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문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고입 학력고사 가운데 한문의 비중을 현재(4점)보다 높이고 실업계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취업시험에도 한문을 추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한문교사 양성기관이 전무한 부산·경남등의 시도에 소재한 대학한문학과에 교직과정을 인가해줄 것을 문교당국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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