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시장에서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학력·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곳에서 근로시간이 줄고, 일자리가 더 많이 사라지는 등 이들의 고용 지표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 데이터’(통계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취업자▶종사자 규모가 적은 사업장의 취업자▶일용직ㆍ임시직 취업자의 취업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2월 대졸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각각 0.7시간·0.9시간 줄어든 반면 중졸자는 각각 2.1시간·2.8시간, 고졸자는 1.0시간·1.4시간 감소했다. 같은 기간 300명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취업 시간은 0.6시간·1시간 줄었지만, 10~29명 사업장 근로자는 1.2시간·1.9시간으로 더 많이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도 일용·임시직의 취업시간 감소 폭이 상용 근로자보다 컸다.
추 의원은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근로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피해를 더 많이 받고 있다”며 “이들의 취업 시간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일용직 근로자의 취업 시간은 지난해 2월 33.4시간에서 30.8시간으로(-2.6시간), 임시직은 38.0시간에서 35.6시간으로(-2.4시간) 줄었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753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10.9% 올랐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탓에 이들이 최저임금을 적용해 받는 월수입은 각각 2만4415원(2.3%), 4만7816원(3.9%) 오르는 데 그친다는 게 추 의원의 분석이다. 추 의원은 “최저임금 이상으로 급여를 받는 경우에도 취업 시간이 줄면서 실제 급여 인상 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취약 계층의 고용 상황이 더 힘들어지는 것은 다른 고용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대졸 이상의 실업률은 3.8%로 전년(3.9%)보다 나아졌지만, 중졸 이하는 같은 기간 2.8%에서 3.3%, 고졸은 3.8%에서 4.1%로 올라갔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 감소 폭도 고졸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10만 명대를 웃도는 등 이들의 취업자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직업별 취업자 증감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조립 종사자 일자리는 전년과 비교해 16만개, 서비스·판매 종사자 일자리는 3만2000개가 각각 사라졌다. 반면 관리자ㆍ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12만2000개, 사무종사자는 9만9000개 늘었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일자리만 늘었던 셈이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지난해 임시직은 14만1000명, 일용직은 5만4000명이 줄었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 취약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전환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고용주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던 계층이 노동 비용 상승에 따라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라며 “좋은 뜻으로 펼친 정책이지만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