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자랑하던 '부가티' 때문?···차 팔던 날 부모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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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3·구속기소)씨는 평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력을 자랑해 왔다.

그중 하나가 '차' 자랑이다. 그는 벤츠,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슈퍼카와 찍은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희진씨 사건이 보도됐을 당시 자료화면. 그는 슈퍼카 소유자로 유명했다. [사진 YTN 방송 캡처]

이희진씨 사건이 보도됐을 당시 자료화면. 그는 슈퍼카 소유자로 유명했다. [사진 YTN 방송 캡처]

특히 그가 소유한 '부가티 베이런'은 당시 '국내 단 한 대뿐인 차'로 알려져 명성을 얻었다. 부유층을 겨냥한 슈퍼카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비싼 차종으로 꼽히는데 신차 가격만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부가티 베이런'은 현재도 국내에 몇 대 없는 슈퍼카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슈퍼카가 이씨의 부모 피살 사건의 원인이 됐다. 이씨의 부모를 살해한 피의자 김씨(34) 등이 '부가티' 차량 매매 대금 일부를 가지고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씨의 동생(31)은 지난달 25일 오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자동차매매센터에서 '부가티 베이런' 차량을 15억원에 팔았다. 차를 판 돈 10억원은 자신의 계좌로 받고 나머지 5억원은 현금으로 받아 보스턴 백에 담은 뒤 부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씨의 동생은 경찰에서 "내가 대표로 있는 법인 소유의 차량이라 팔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유사투자 자문업체인 A파트너스의 대표다. 이씨의 동생은 형 이희진씨와 함께 불법 주식투자와 투자유치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 돼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 동생에 대한 벌금을 선고유예했다. 그는 지난해 말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형제가 현재는 피해자인 만큼 차를 누구에게 팔았는지 등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순위에 오른 부가티 베이론. 이씨의 동생이 이 차를 팔던 날 부모가 피살됐다. [사진 부가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순위에 오른 부가티 베이론. 이씨의 동생이 이 차를 팔던 날 부모가 피살됐다. [사진 부가티]

하지만 이씨의 동생이 부모에게 전달한 돈은 독이 됐다. 그가 부모에게 돈 가방을 전달한 날 김씨와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이 찾아온 것이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51분쯤 중국동포 3명과 이씨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15분 뒤 도착한 이씨 부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범행을 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 부부에게서 훔친 돈 일부는 공범들이 가져가고 일부는 내가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지난 17일 김씨를 긴급체포했을 당시 그의 수중엔 1800만원만 있었다.

김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지난달 초 인터넷 구인 사이트를 통해 '경호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이들 중국동포들을 만났다. 서울과 인천, 경상도 등에 거주하는 이들 중국동포는 지난달 18일 처음 경기도 부천에서 김씨와 만났다. 이들은 모두 3차례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 마지막 만난 날이 범행 당일이었다.

김씨는 "이씨의 아버지(62)가 '투자' 목적으로 2000만원을 빌려 갔는데 돌려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이씨 부부가 이희진씨의 부모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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