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단 차두리 '아버지 11번 이제는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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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해설가로 외도하며 솔직한 말로 '어록'을 유행시킨 차두리가 30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왼쪽 사타구니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뛰던 지난 시즌 괴롭혔던 사타구니 통증을 가벼운 수술로 깔끔히 치유한 후 곧바로 소속팀 마인츠로 복귀했다.

2006~2007 시즌부터 뛰게 될 마인츠05에서 그는 아버지 차범근의 11번 대신 2번을 달았다. 2번은 본인의 이름인 '두리'를 연상시키는 말이다. 아버지의 그늘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포지션도 오른쪽 풀백으로 바꿨다. 지난 시즌 오른쪽 수비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올 시즌부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준 위르겐 클로프 마인츠 감독 밑에서 새 역할 찾기에 나선다.

그는 절친한 독일 오른쪽 풀백 필리프 람(23.바이에른 뮌헨)의 플레이를 보며 자신의 역할을 머릿속에 담았다. 코스타리카와의 개막전에서 독일의 첫 골을 선사한 람처럼 수비뿐 아니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겠다는 것이다.

30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차범근 감독은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한 것 같다. 이제야말로 아버지와 비교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설위원 자격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과 가나 선수 등과 인터뷰한 것도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독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시련은 오히려 그에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7주간 마인츠에서 구슬땀을 흘릴 차두리는 8월 13일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새 출발을 알린다.

쾰른=최원창 J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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