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래 땐 3000만원 물린다더니…입법 흐지부지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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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모습. 지는해 3.3㎡당 1억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모습. 지는해 3.3㎡당 1억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

최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2억원 뛰자 마포구청이 조사에 나섰다. 지난 1월 전용면적 84.38㎡가 14억원에 거래됐다고 신고되면서다. 당시 동일 평수의 매매 호가는 12억원이었다. 갑자기 2억원이 뛰는 거래가 성사되면서 해당 주택형의 호가가 일제히 올라갔다. 현재 호가는 15억원까지 치솟았다.

부동산거래·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줄줄이 국회 문턱 못 넘고 계류 #집값도 약세여서 관심 떨어져 #"시장 상관 없이 제도 개선해야"

매매가 이상증후를 먼저 감지한 것은 국토교통부다.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이 자동으로 이상 거래를 잡아낸다. 이런 시스템을 갖췄지만 법상으로 국토부에 조사 권한은 없다. 실거래 신고 위반 시 신고관청인 지방자치단체만 조사권한을 갖고 있다. 국토부 측은 “집값 과열을 부추기는 자전거래나 담합 시 과태료 처분 같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국토부에 없다 보니 이번 건도 마포구청에 조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자전거래는 실거래가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한 뒤 해당 계약을 취소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9ㆍ13 부동산 대책 중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후속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표 법안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과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다. 지난해 말 법안 통과를 목표로 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발이 묶였다.

게다가 법안을 발의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측은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야당 측은 “여당이 규제를 위한 규제를 또 만들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3월 임시국회도 문 열자마자 파행으로 치닫고 있어 올 상반기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전거래를 막기 위해 ‘부동산 매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는데도 거짓으로 부동산 거래신고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거래 신고를 위반할 시 지방자치단체만 조사 권한이있는 게 아니라 국토부도 공동으로 신고 내용을 조사할 수 있게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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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실거래 신고 의무기간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부동산 거래 취소ㆍ계약 해제 시 30일 내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지난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대 집값이 이 가격을 기준으로 일제히 치솟았다.

소문의 파급력은 컸지만 진위를 밝히기 어려웠다. 현행법상 실거래 신고 의무기간인 60일이 지나서야 헛소문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왜곡된 시세 정보를 빨리 바로 잡기 위해 신고기한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김복환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지난 4년간 거래 신고 일수를 통계 내보니 계약한 이후 평균 23일 안에 신고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신고 의무기간을 60일로 늘린 2007년보다 온라인 신고가 더 활발해져서 기간을 단축해도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반대에 나선 함진규 자유 한국당 의원 측은 “신고 기간을 줄이면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문제가 생기면 규제부터 하려는 발상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값 담합 시 집주인 및 중개사를 처벌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국회 계류 중이다. 집값 담합을 한 집주인은 징역 3년 이하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된다. 집값 담합을 한 집주인도 시세 조작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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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뿐 아니라 올해 들어 집값 약세로 관련 법률 개정안의 추진 동력이 더욱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의 집값 담합 신고센터의 지난달 신고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개설 당시인 지난해 10월의 경우 88건에 달했다.

김복환 토지정책과장은 “지난해 전체로 봤을 때 부동산 거래신고 위반 적발 건수는 9596건으로 2017년 대비 32%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호병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과열될 때는 담합문제에 앞다퉈 관심을 갖다 식으면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며 “문제가 생긴 뒤 뒷북을 치지 말고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제도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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