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방향 못정하고 "갑론을박"|원점으로 돌아간 대우조선 분규&&집행부-대의원 앙금 노출|"기립투표에 문제"지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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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잠정합의안 부결로 사실상 파업에 돌입한 노조측은 2일오후3시부터 대의원대회를 속개, 앞으로 추정방향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오후6시30분쯤 해산.
이날 회의에서는 파업·강행을 지지했던 대의원들마저 파업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방 향을 제시하지 못하자 쟁의대책위원들은 『불만 질러놓고 불구경만 할것이냐』며 반발.
특히 노조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의사발표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뒤치다꺼리만 하게 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 노조집행부와 대의원들간에 새로운 앙금이 드러나기도.
○…대의원대회에서 잠정합의안이 두차례 표결끝에 두표차로 부결되자 일부 대의원들은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기립투표」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아쉬운 표정.
이날 투표에서 강경파대의원들이 『투표는 실시할 필요도 없다』며 거부반응을 보이다 노조규약상 「기립투표」도 할수있다는 규정을 들어 통상 비밀투표 대신 기립투표를 실시하는 바람에 평소 회사측안을 지지해왔던 대의원3∼4명이 반대로 급선회, 결국 부결처리됐다는 후문.
○…잠정합의안 부결후 입을 다물어온 양동생위원장은 23일오전 『이번 부결의 요인은 언론에서 협상비용을 비약, 사전에 보도함에 따라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측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잘못 알려져 실망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언론에 대해 불만을 토로.
양위원장은 『기자들에게 23일까지만 취재를 허용하고 24일부터는 전면 출입을 통제하고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현재 노조입장은 회사·정부·언론이 결정지을 것이 아니라 노조원들의 단합만이 사태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
이에앞서 양위원장은 22일오후3시 파업방법을 논의키로 한 대의원대회장에 나와 취재중이던 기자들에게 가방을 던지며 보도내용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잠정타결된 합의안은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가 부결되자 모두들 뜻밖이라는 표정.
이날 대의원회의는 처음엔 강경의견이 득세하다 점심시간 무렵 수용쪽으로 분위기가 흐르는듯 했으나 『이런식으로 끝난다면 분신자살한 동지2명의 희생이 너무 값없는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강경으로 선회.
부결결정후 일부 강경대의원들은 회의장밖으로 나와 『이렇게 되어야 옳은 것이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50%선 간신히 넘는 부결결정으로 향후 파업투쟁시 단결된 힘을 모으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하기도.
○…이날 오전 노사대표가 서명까지 하고 타결된 잠정합의안이 이날 오후 대의원대회에서 부결, 원점으로 되돌아가자 근로자와 장승포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불안해 하며 동요.
많은 근로자들은 『협상안이 별로 새로운 것 없이 회사측안에 가까운것은 사실이나 파업이라는 극한 투쟁으로 나가게 되면 정말 파국을 맞는 것 아니냐』며 장래를 우려했고 『전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대의원들이 거부한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불만도.
시민들은 『오전에 타결소식을 듣고 이제야 한숨돌리게 됐는가 했더니 번복이라니 큰일났다』고 한숨.
장승포시청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하고 희사가 문을 닫으면 시 인구의 절반인 3만여명이 시를 떠나게 될것』이라며 지난 1월1일 시로 승격된 장승포시가 6개월여만에 읍으로 다시 격하될 판이라고 말하기도.
○…이날 오후 잠정합의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고 파업에 돌입하게되자 회사측은 회장실 및 소장실의 기밀서류등을 외부로 옮기는등 조합원들의 점거농성에 대비하느라 분주.
오후3시쫌에는 김우중회장이 부결소식을 듣고 급히 회사로 들어와 본관대회의실에서 긴급 중역회의를 소집, 회의장문을 걸어잠그고 대책을 숙의.
회의장에 들어선 김회장과 중역들은 오전과는 달리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몹시 침통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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