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탈당 절대 안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9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정치권 일각의 탈당 논란과 관련,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과거와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긴밀히 협력해 책임정치를 구현해 나가야 하는 만큼 당을 도와 달라"는 김근태 의장의 제안에 이같이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당원들이 당에 충성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며 "나도 당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사회에는 풍파를 겪으며 단련돼 온 정당이 있기 마련"이라며 "열린우리당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는 중요한 축이 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전례 없이 당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각종 제안에 대해 "큰 틀에서 수용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종전 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목이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이 소통하는 당청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며 "최근 당 지도부와의 회동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회동에선 가벼운 논쟁들이 있었으나 오늘은 그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핵심 현안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인 데다 시종 당 지도부의 '쓴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만찬 중간중간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의원들의 박수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식사 메뉴로는 스테이크가 나왔고 와인도 곁들였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 전 노 대통령은 통영 앞바다를 그린 화가 전혁림씨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는가 하면 아깝게 16강에서 탈락한 독일 월드컵 얘기도 내놓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특히 "박지성 선수의 거친 발을 TV에서 봤다"며 "선수들이 그동안 피나는 훈련을 했는데 16강에서 탈락해 아쉽다"고도 했다.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만찬을 끝낸 후 노 대통령은 만찬장 건물의 현관까지 따라나와 5분 동안 선 채로 의원들과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우 대변인은 "처음에 비상대책위원들이 긴장하기도 했으나 노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에서 당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느꼈고 만찬 후에 상당히 만족해하며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 의장 측 관계자도 "의장께서 노 대통령과의 만찬에 대해 흡족해했고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며 "향후 당청 관계가 원만하게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장은 만찬 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고 이를 노 대통령이 상당 부분 수용함에 따라 당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신용호.이가영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