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9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노 대통령은 특히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각종 제안에 대해 "큰 틀에서 수용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종전 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목이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이 소통하는 당청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며 "최근 당 지도부와의 회동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회동에선 가벼운 논쟁들이 있었으나 오늘은 그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핵심 현안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인 데다 시종 당 지도부의 '쓴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만찬 중간중간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의원들의 박수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식사 메뉴로는 스테이크가 나왔고 와인도 곁들였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기 전 노 대통령은 통영 앞바다를 그린 화가 전혁림씨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는가 하면 아깝게 16강에서 탈락한 독일 월드컵 얘기도 내놓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특히 "박지성 선수의 거친 발을 TV에서 봤다"며 "선수들이 그동안 피나는 훈련을 했는데 16강에서 탈락해 아쉽다"고도 했다.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만찬을 끝낸 후 노 대통령은 만찬장 건물의 현관까지 따라나와 5분 동안 선 채로 의원들과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우 대변인은 "처음에 비상대책위원들이 긴장하기도 했으나 노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에서 당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느꼈고 만찬 후에 상당히 만족해하며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 의장 측 관계자도 "의장께서 노 대통령과의 만찬에 대해 흡족해했고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며 "향후 당청 관계가 원만하게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장은 만찬 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고 이를 노 대통령이 상당 부분 수용함에 따라 당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신용호.이가영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