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들머리는 안도가 즐겨 쓰고 좋아하는 물이다. 얕은 연못을 깔아 미술관으로 접근하는 이의 마음을 씻어낸다. 안도가 애호하는 노출 콘크리트 박스 벽과 유리는 같지만 이번에는 콘크리트 상자를 유리 상자가 한 겹 덮어썼다. 상자 속의 상자다. 일본 전통 건축 특유의 다다미를 연상시키는 격자 나눔의 사각형이 유리와 콘크리트로 반복된다. 안도가 건물에 부여하던 침묵의 벽은 더욱 견고해졌다. 유리와 콘크리트 사이에 자연스레 난 회랑을 따라 걷는 맛이 괜찮다. 한 겹 유리창 너머로 들판이 손에 닿을 듯 펼쳐진다.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맺어주는 집이다.
'라케텐 스타치온'은 오랫동안 냉전시대의 그늘에 가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던 사각지대다. 이곳에 세계 건축계가 손꼽는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들어서자 사정은 달라졌다. 노이스 시는 '랑겐 파운데이션' 미술관을 중심으로 문화지대를 일구려 작가들에게 싼값에 작업실 터를 분양했다. 교통은 좀 불편해도 널찍한 스튜디오를 마련할 수 있어 1년 새 벌써 여러 채의 작업실이 섰다. 지금은 너른 땅을 보고 찾아온 행글라이딩 애호가 몇 명이 주변을 어슬렁거리지만 몇 년 지나면 미술관과 작업실 투어를 위해 먼길을 달려온 관람객으로 붐빌 것이다.
쾰른.노이스(독일), 바젤(스위스)=글.사진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