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합의문 괄호만 메우면 됐는데…볼턴때문에 사달 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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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AP 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AP 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던 ‘하노이 합의서’에 끝내 서명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실무자들이 만드는 합의문, 최종 ‘괄호’ 남겨둬 #두 정상 대화로 채우지 못해…볼턴 역할 컸을 듯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괄호를 메우지 못하게 만드는 데 볼턴의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매파인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막판에 재를 뿌린 것으로 분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의문을 만들어놨는데 서명을 못 했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개 실무자들이 합의서를 만들어놓으면 정상회담의 경우에 최종적으로 말하자면 서로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는 경우에 정상들이 결정하도록 몇 군데는 괄호로 남겨놓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볼턴이 전날 저녁 만찬 때까지는 배석을 못 했다”며 “그런데 확대회담에 볼턴이 들어갔다. 확대회담에서 사달이 난 것이다. 볼턴이 가면 좀 불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볼턴의 주제가가 있다. 말하자면 ‘모든 핵시설 신고하고 검증받고 심지어 WMD 대량살상무기 핵무기 외에 생물무기, 화학무기까지도 다 신고하라. 신고해서 검증을 받아라’. 그다음에 아마 그 사람은 또 인권도 거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그러면 이제 북쪽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김영철 입장에서 ‘그럼 그동안에 비건과 김혁철 대표들이 만나 괄호만 몇 군데 남겼는데 이건 새롭게 문턱을 또 높이는 법이 어디 있는가? 문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게 골대도 옮기려고 하니 얘기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옥신각신하면서 아마 결론을 못 내고 시간이 길어지고 서명식도 늦어질 뿐만 아니라 점심도 안 먹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미국이 먼저 손 내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가 잘못하면 아무리 물밑접촉을 해도 또 북한이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때 우리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듣고 말이 되는 것 같으면 미국을 설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우리가 대북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수개월 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수주 내로 쓴 걸 보면 좀 길어야 3~4주 본다”며 “우리가 빨리 중간에 움직여야 한다”고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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