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책임론' 들고 나온 미 언론..."향후 협상도 쉽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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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접근 방식이 북미 회담을 뜻밖의 장애로 이끌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천재 트럼프가 거울에서 무엇을 보든, ‘예술적 거래’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스)

"김정은과 친교에 지나친 의존" #톱다운 방식 외교 전면 비판 #"둘 관계 충분히 돈독하지 않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조기 종료하고 빈손으로 귀국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8일(이하 현지시각) 미 언론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주요 매체들은 북핵 문제가 전면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더 어려워졌다며 향후 추가 협상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양국의) 근본적 기대 차이나 회담 준비 미숙을 극복할만큼 충분히 돈독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무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지칭해 “우리는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한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분석이다.

 WSJ는 이어 “트럼프의 탑다운 방식 외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그는 본인과 김 위원장의 ‘친밀한 관계(rapport)’에 북한의 첫번째 실질적 비핵화라는 중요 과제를 거는 도박을 했다”고 꼬집었다.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회담을 시작해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WSJ는 이어 “양측이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기대를 가지고 하노이에 입성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거의 1년 동안 진행돼온 북미 간 외교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규정했다. 트럼프의 성급함이 향후 조율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NYT의 손꼽히는 저명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이날 기고를 통해 “트럼프에게 회담장을 떠날 권리가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그는 회담 마무리를 매우 형편없는 방식으로 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거래를 몹시 원한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김 위원장이 요구사항을 늘려나갈 여지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격식적 언사도 도마에 올랐다. 김 위원장을 “내 친구”, “훌륭한 지도자” 등으로 추켜세우는 등의 방식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토프는 “트럼프가 무자비한 독재자(김정은)와 관계를 맺는 것은 완벽하게 적절하다”고 비꼬면서도 “다만 그들에게 아첨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를 배신하는 일”이라는 경고를 덧붙였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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