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아파트 외벽 도색 세금으로 한다는 성남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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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의회 전경사진.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의회 전경사진. [연합뉴스]

내셔널팀 김민욱 기자

내셔널팀 김민욱 기자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의회 인터넷 홈페이지 입법예고 게시판에 두 개의 ‘공동주택관리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각각 하나씩을 발의했다. 둘 다 노후 승강기 교체·보수, 외벽 도색, 지하주차장 엘이디등(LED燈) 교체 비용의 일부를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다. 이 쌍둥이 조례안은 다음 달 열리는 성남시의회 임시회에서 발의·심의할 예정이다.

입법예고는 조례안을 시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미리 시민들에게 내용을 알려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다. 성남시의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입법예고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홈페이지에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정확히 어떤 의견들이 시의회에 얼마만큼 전달됐는지 살펴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번 쌍둥이 조례안도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볼 순 없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시민들을 통해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요지는 “장기수선충당금은 어디에 쓰고 예산을 지원하려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공동주택은 유지·관리를 위해 입주민들에게 특별 관리비 성격의 돈을 거둬들인다. 해당 조례를 대표발의한 의원들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안전이나 주거환경 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 조례를 고치려 한다”고 설명하지만,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반영하듯 개정 조례안을 다룬 한 기사에는 ‘예산 퍼주기’라는 비판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일부 네티즌은 도색 업체와의 유착도 의심한다. 기초의회의 선심성 예산편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서 기초의회를 포함한 지방의회가 심각히 곱씹어야 할 점은 선심성 예산 편성 논란이 결국 전체 ‘청렴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청렴도 측정결과’(2017)를 보면, 전국 지방의회의 종합 청렴도는 10점 만점에 6.11점(전국 17개 광역의회와 인구수 많은 30개 기초의회 조사)으로 나타났다. ‘낙제점’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공공기관의 종합 청렴도는 7.94점이었다. 지방의회는 2015~2016년 역시 6점대 초반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청렴도 조사에서 지역주민이 지방의회에 매긴 점수는 더 짰다. 5.56점이었다. 선심성 예산 편성 외에 외유성 출장, 연고 관계에 따른 업무처리가 청렴도를 깎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지방의회 무용론’과 같은 비난 여론의 형성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

물론 행정 사무감사를 준비하느라 의원실에서 쪽잠을 자고, 세금 한 푼이라도 아끼려 구두 뒷굽이 달 정도로 뛰는 지방의원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선심성 예산의 집행은 이런 의원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든다. 지방의회가 풀뿌리 민심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길 바란다.

김민욱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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