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납금의존도 너무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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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부터 많은 사립대학이 등록금 동결 및 예산공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각종 시위·집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사학이 내외의 어려운 여건속에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립대학 재정의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동국대 교수협의회 주최로 16일 호텔신라에서 열려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배종근 교수(동국대)는「사립대학 재정의 문제와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국내 사학은 선진국에 비해 재정상태가 크게 빈약하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사학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척도인 학생 1인당 교육비의 경우 우리 사립대학은 미국사학의 6.5분의 1, 일본의 2.8분의 1, 영국의 2.7분의 1, 이스라엘의 2.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재원구조면에서도 국내사학은 허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경우 재단지원이 전체의 30%, 정부지원이 22%, 기업 및 개인의 기부가 9%, 기타수입이 10%이며 학생 공납금은 28%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재단지원이 20%, 정부지원이 15%, 학생공납금이40%수준이며 영국은 정부지원이 85%, 학생공납금이12%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사학은 학생공납금 의존도가 82%에 달하며 재단지원이 5%, 정부지원이 단 1%에 불과한 현실이다.
배교수는 재원구조의 취약원인을 우선 학교법인이 준가족적 체질로 인해 외부로부터의 재산기부행위를 꺼리고 증원·공납금 인상에만 기대하는데서 찾았다.
또 정부는 사학의 재정적 자생력을 배양하는 대신 사립학교법을 통해 전면적으로 통제·지도·감독만 하는 시대착오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업의 공학에 대한 지원은 면세혜택을 주면서도 사학지원에는 과세하는 정책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배교수는 학교법인의 재산증식을 위해서는 우선학교법인이 가지고 있는 수익사업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수익성 토지나 임야의 개발을 전문대행업체에 위탁개발하는 방법, 토지나 임야를 특정 기업에 일정기간 대여하는 방법, 사학운영기금을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는 사학금고의 설립 등이 제시됐다.
이밖에 재단이사회의 조직과 운영을 개방적·생산적 체제로 전환하고 대학소유지에 산학협동연구소를 설치하고 대학의 지적자본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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