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투쟁 "3색전"|양상곤|이붕|교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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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최고실권자「덩샤오핑」(등소평)이 3주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9일 공식석상에 극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를 정점으로한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시사했으나 중국지도층 내부에서는 아직도 여러 파벌간에 권력투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북경주재 외교관들이 13일 밝혔다.
북경에 주재하고 있는 유럽및 아시아외교관들은 등소평이 지난9일 공식석상에 재출현, 공산당 내부의 단결을 과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누가 중국을 통치하고 있느냐』 는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공산당지도층 내부에서는 군을 배경으로 하는 국가주석 「양상쿠」(양상곤)일파와 「리펑」(이붕) 수상을 주축으로한 경제개혁 신중파와 보안및 당기책임자인 정치국상무위원 「차오스」(교석)일파등 최소한 3개의 당내파벌이 서로 갈라져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증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외교관은 『등소평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현 공산당지도부가 분열돼 파벌간의 암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누가 대세를 잡고있는지 알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한 동구권외교관은 『지금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군이라 할수 있으며 군은 여전히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등소평의 휘하에 있다』고 말하고 『등은 현재 밀려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외교관들은 이들 3개당내 파벌가운데 현재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있는 군부파벌은 등소평과 마찬가지로 사천성이 고향인 국가주석 양상곤으로 올해 82세인 양은 그 자신이 권력에 대해 오랫동안 야심을 가지고있었다기 보다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혈진압을 주도한 제27군을 포함, 군부내에서 고위직을 갖고있는 3명의 가까운 인척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양은 가장 가까운 측근이자 역시 군과 관계가 있는 국가부주석 왕전(왕진) 의 지지를 받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이붕수상은 경제개혁속도의 완화및 경제의 중앙통제강화를 지지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제2의 파벌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는 당정치국상무위원이자 부수상인 「야오이린」(요의림)과 당중앙고문위 주임으로 순수 이데올로기파인 「천왼」(진운)의 지지를 등에 업고있다고 이 외교관들은 설명했다.
이 외교관들은 이어 군부세력과 중앙통제경제주창세력에 모두 반대하는 제3의 파벌은 당의 강력한 보안책임자인 정치국상무위원 교석과 전인대상무위원장 「평전」(창진)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다고 말하고 교석은「자오쯔양」(조자양)의 후임으로 당총서기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외교관들은 중국인소식통들을 인용, 조자양이 총서기직의 자진사퇴를 거부했으며 조의실각및 후임 총서기결정등의 절차를 밟는데 필요한 당중앙위원회전체회의의 소집이 거듭 연기되고 있는 것은 조가 당중앙및 지방당과 정부조직 안에 상당수의 지지세력을 갖고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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