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거품 '테마주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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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조 테마주는 정보기술(IT) 주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 반도체.컴퓨터.인터넷 등 IT 분야의 고속 성장과 함께 등장한 IT주는 수많은 개미투자자를 코스닥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새롬기술.리타워텍.장미디어.터보테크 등이 이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IT주들이다.

리타워텍은 주가가 1760원에서 36만2000원까지 무려 2만%가 넘게 상승했고, 새롬기술(현 솔본)은 한때 시가총액이 POSCO를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IT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 기업의 주식은 아예 휴지조각이 돼버리거나 주가가 수십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대표 테마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로 부상한 생명공학(BT)주들이다. BT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신기술 개발로 지난해까지 IT주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BT주들은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태를 거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IT주.BT주 거품에 이어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ET)주 거품' 시대를 맞고 있다. 4월 초 한류스타 배용준씨의 바람을 타고 1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키이스트는 주가가 8만6500원에서 27일 2만9150원으로 66%나 급락했다. 간판 ET주인 에스엠.팬텀.예당 등도 주가가 연초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증시가 조정을 받는 요즘에도 나노주.로봇주.와이브로주 등 테마주 '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테마주는 기업 가치보다 심리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등락 폭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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