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북한연극 공연」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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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분별한 수용 혼란초래>
박옥희(부산시괴정3동240의80)
최근 대학가에 평양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들은 그간 해방이후 베일속에 가려졌던 북한의 실상이 최근 북방외교 및 북한관계 자료가 일부 개방됨에 따라 부분적이나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여져 바람직스럽다 하겠다. 요즘 우리 언론매체에도 북한의 로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의 뉴스가 소개되는등 북한소개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북한실상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서 서로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반공교육이 될수 있다. 과거 역대 독재정권처럼 항상 안보논리와 전쟁도발 운운하는 주장은 국민들에게 큰 설득력이 없고, 국민과 정부간에 불신감만 조장시킨다. 북한의 모든 분야에 대해 알리고 우리체제와 비교·연구함으로써 스스로 판단을 내릴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때가 아닌가 싶다.
단지 경계해야할 점은 최근 대학가의 평양바람이 북한당국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의도대로 성숙된다는 오판을 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나치게 무분별한 수용은 대북한정책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질화 극복의 첫걸음>
김익현(대구시산격3동1306의31)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헐벗고 굶주린 나라」,「억압과 착취만 있는 나라」로만 인식되어 왔던 북한의 이모저모가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에게 까지 적잖은 충격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충격들을 통해 한민족이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동질성 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란 점에서도 최근 대학가의 움직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학에서 북한연극들이 공연되는 것이 무슨 그리 놀랄 일인가.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문화를 알아야 할 것이요, 그러기 위해선 북한연극 공연과 같은 실질적인 활동 또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반공논리에만 얽매인다면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기 힘들게 될 것이다.
북한연극을 감상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이념적 차이를 극복해 나가는 가운데「민족」이란 공감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무분별한 북한 배척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신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북한문화에 대한 지나친 경직성을 풀어나가야 한다.

<객관적 입장서 접근토록>
최 문(서울 충신동62의5)
대학생들이 동포애를 가지고 북한을 바로 알고자 노력하는데 비판할 의사는 조금도 없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북한에 대해 감상적이고 무비판적이며 편향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바로 알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한 탐구자세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항의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체제와 사회특성을 들어 묵인 또는 용인하는 행위는 북한의 실체를 몰라서인가,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것인가. 언론은 통제되고 사회는 공산독재하의 개인 우상숭배로까지 발전하고 경제는 피폐해가는데도 이러한 북한의 실정에 대해 학생들이나 재야 누구도 비판은 커녕 몸소 북한까지 찾아가 그런 사람을 영웅화하고 있다.
어느한쪽이 동질성을 부르짖는다고 해서 이질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정략적으로 이용된다면 그 결과 불신과 반목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 자율적인 토론과 여과를 거쳐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북한 사회에 접근해가기 바란다.

<우리순수성 상대선 왜곡>
김상흥(서울성산동시영아파트32동511호)
최근 신문에 사진까지 실어 보도된『꽃파는 처녀』연극공연은 6·25를 몸소 체험한 사람이라면 충격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북한을 알기위한 공연이라고 해도 그들은 지금도 그때의 실패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 연극공연이라니 우선 거부감이 앞선다.
대학생들이 아무리 순수한 마음에서 한 공연이라해도 북측은 순수하지 않은데 어찌해야 하는가.
북한 중앙방송은 우리 대학생들의 교내연극공연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순수해도 북측은 그것을 이용한다. 폐쇄된 북한주민이 그 방송을 듣고 남한학생들이 북한을 알기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한다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십중팔구 남한 학생들이 북측을 동경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든 일은 상대방이 있다 대학생들은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사려깊은 행동을 해야 하겠다.

<호기심넘은 행동에 충격>
염성경(인천시주안2동554의3)
부산동의대참사이후 대학가의 과격폭력시위자제로 정상궤도에 진입하는가 싶었는데 대학에서 느닷없이 북한연극까지 공연된다 한다.
서강대등 일부 대학에서 교내축제를 평양축전의 예행연습처럼 진행시키고 있다니 더욱 충격적이고 경악할 일이다. 평양학생축전의노래, 평양축전월츠배우기와 북한여대생에게 엽서와 선물을 보내기 위해 수집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용어·복장까지도 흉내내고 있다니 호기심과 객기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치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한심스런 행동임에 틀림없다.
연극『꽃파는처녀』는 그내용의 대부분이 김일성찬양과 혁명을 고취하는 것으로『피바다』와 더불어 북한의 3대혁명가극이라 하지 않는가. 남북분단40년의 단절된 상황에서의 이질성이 동질화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감상주의와 환상만으로 통일이 어렵다는건 학생들 스스로가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민족통일의 염원을안고 있는 분단국의 국민으로서 통일의 주체는 6천만 국민이 틀림없지만 학생들의 평양축전 참가를 둘러싼 북한바람은 북의장단에 춤추는 꼴로 북한에는 이로울지언정 우리에게는 잃는게 많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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