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어고와 국제고의 울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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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국어고 교장 장학협의회가 그저께 외고 지원 거주지 제한 조치를 2010년까지 유예해 달라는 건의문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학생 선택권 제약에는 반대하지만 부득이하다면 현재의 초등학생부터 적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중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이 건의는 당연히 수용돼야 한다.

며칠 전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008년부터는 거주하는 광역시.도의 외고에만 진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내년에 설립되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살리기 위한 졸속 행정이자, 획일적 평준화에 젖은 전교조와 이에 동조하는 청와대의 눈치를 본 '코드 정책'이란 비판이 거셌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고 규제 논리로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자기 지역에 외고.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겠다는 후보가 110명이나 됐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많은 후보가 외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세우겠다고 말했을까. 평준화 교육에 대한 불신이다. 바로 이것이 국민의 솔직한 뜻임을 교육부는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한술 더 떠 국제고.국제중까지 외고와 비슷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모르고 투자한 국제중.고재단의 손실은 누가 보전해 줄 것인가.

대입 제도는 바뀔 경우 혼란을 줄이기 위해 통상 3년 전에 예고한다. 그러나 이번 외고 제도를 바꾸며 10개월 전에만 예고하면 규정상 틀리지 않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 22년 된 외고 제도를 바꾸려면 충분한 사전예고가 필요하다. 학생이나 외고 스스로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졸속 조급한 정책에 따른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라는 말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내일을 알 수 없는 교육정책"이라는 학부모.학생과 외고들의 분노가 들끓는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는가.

문제는 평준화 정책인데 이를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교육부가 한심스럽다. 외고 규제 정책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