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람 간 감염 첫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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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람 간 AI 감염 가능성은 여러 차례 보고됐으나 WHO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딕 톰슨 WHO 대변인은 사망한 가족 6명 중 아버지가 열 살 된 아들에게서 H5N1 바이러스가 전염돼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WHO는 이 아들이 AI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약간 변형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변형된 바이러스가 아버지에게 옮아갔다는 것이다. 나머지 4명은 조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톰슨 대변인은 "변형된 바이러스가 이전 것보다 더 쉽게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한 달여간 숨진 가족들과 같은 마을에 사는 54명의 가족과 이웃을 조사했지만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WHO는 인수(人獸) 전염병의 확산 단계를 모두 6단계로 나눠 대응하고 있다.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이 없으면 1단계, 인체 감염이 되면 2단계, 가족 간에 전염되면 3단계로 분류한다. 전염병이 지역적으로 확산하면 4단계, 접촉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 5단계, 세계적으로 퍼지면 6단계다.

이번 WHO의 결론은 가족 간의 감염 사실을 확인한 3단계이지만 지역적으로는 번지지 않음에 따라 4단계로 격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덕형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AI의 사람 간 감염이 확인된 만큼 다음 단계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00여 명의 AI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AI에 걸린 조류와 접촉함으로써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일가족 7명이 AI에 감염돼 6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사례는 시장에서 닭고기를 팔던 첫 번째 환자를 제외하곤 조류와 접촉한 적이 전혀 없어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최지영.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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