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수출 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수출이 두 달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수출 증가율이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한은 올해 수출 1.4% 감소 전망 #“성장률에 악영향, 복합 불황 우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5.8% 줄어든 46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2%)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로, 이는 2016년 9~10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이는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부진 탓이 크다. 국제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27개월 만에 마이너스 증가율(-8.3%)을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감소율이 23.3%로 확대됐다. 반도체·일반기계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석유화학’도 수출 증가율이 두 달째 마이너스다. 지난달 감소세로 전환한 ‘석유제품’처럼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와 무선통신기기도 각각 5개월·6개월 연속 수출액이 전년보다 줄었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보면 13대 수출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액이 지난해 1월보다 줄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줄었다.
감소율은 3.1%·14%·19.1%로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의 산업경기 부진, 수요 감소, 중국 현지 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 수출은 6개월, 중남미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런 수출 감소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일본·프랑스·영국 등 주요 수출 대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출액도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다. 세계 경기가 꼭짓점을 찍고 내려가는 상황에서 미·중 통상분쟁, 노딜 브렉시트 등 글로벌 통상여건이 악화한 것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기가 악화하면서 교역이 줄어들어 주요국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은 내수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까지 나빠지면 성장률이 더 떨어지면서 복합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소규모 개방경제국인 한국은 경제 구조상 수출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는 2017년 한국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경제성장률 3.1% 중 2%포인트로 추정했다. 수출이 삐끗하면 다른 거시경제 지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5.5%)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2.5%)·한국금융연구원(2.1%) 등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아예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4% 감소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다만 상반기 -2.6%, 하반기 -0.2%로 하반기에는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한은은 6일 예상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수출 촉진 대책을 준비 중이다. 이달 중 발표되는 대책은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핵심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설비,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도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출 기업의 담보력을 개선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부동산 관련 권리와 동산·채권 등 자산의 종류가 달라도 한꺼번에 묶어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도 추진 중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