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에 KKK 분장 사진…美 버지니아 주지사 인종차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랄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주지사가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그의 분인 팸 노덤. [AP=연합뉴스]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랄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주지사가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그의 분인 팸 노덤. [AP=연합뉴스]

랄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주지사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노덤 주지사의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가세했다.

35년만에 졸업사진 공개 #“나 아니다” 해명했지만 #민주당에서도 사퇴 압박

논란의 발단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노덤 주지사가 졸업한 1984년 이스턴 버지니아 의학대학 졸업앨범이다. 이 중 노덤 주지사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에 실린 사진에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큐 클럭스 클랜)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으로 분장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파티 장면이 담긴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노덤 주지사는 자신이 사진 속 인물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둘 중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논란이 된 랄프 노덤 버지니아주지사의 1984년 대학졸업사진. 오른쪽 사진에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 분장을 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다. [AP=연합뉴스]

논란이 된 랄프 노덤 버지니아주지사의 1984년 대학졸업사진. 오른쪽 사진에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 분장을 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던 주지사는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번복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계속 (주지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또 사진 속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어제 내 앨범 페이지에 실린 내용에 대한 책임을 졌다. 사진의 내용을 변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인종차별적이며 비열했다”면서도 “그건 내 사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켰던 사진 속 인물이 아니다. 처음 사진을 본 뒤 가족과 친구 등과 상의했으며 더 신중하게 살펴본 결과 자신은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졸업앨범을 본 적도 없고, KKK처럼 입은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사진 속 장면을 연출하려고 한 결정에 대해, 그리고 그 결정이 일으킨 상처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며 “용서를 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사퇴를 촉구했으며,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위터에 “노덤 주지사는 모든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으며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비판했다.

랄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를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랄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를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노덤에 맞서 위대한 버지니아주의 주지사에 출마했던 에드 길레스피는 지금 틀림없이 상대편 정당 조사 참모들의 배임과 직무유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선거 전 그 끔찍한 사진을 찾아냈다면 그가 20포인트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덤 주지사가 방금 ‘그 사진 속 두 사람 중 누구도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그 사진에 등장한 것에 대해 사과한 지 24시간 후에 나왔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노덤 주지사는 2017년 11월 치러진 이른바 ‘미니 지방선거’에서 53.9%를 득표해 공화당 길레스피 후보를 눌렀다. 버지니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해 온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당시 노덤 주지사의 승리는 백악관에 대한 민심의 반발로 해석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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