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주지사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노덤 주지사의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가세했다.
35년만에 졸업사진 공개 #“나 아니다” 해명했지만 #민주당에서도 사퇴 압박
논란의 발단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노덤 주지사가 졸업한 1984년 이스턴 버지니아 의학대학 졸업앨범이다. 이 중 노덤 주지사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에 실린 사진에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큐 클럭스 클랜)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으로 분장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파티 장면이 담긴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노덤 주지사는 자신이 사진 속 인물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둘 중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던 주지사는 기존의 입장을 완전히 번복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계속 (주지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또 사진 속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어제 내 앨범 페이지에 실린 내용에 대한 책임을 졌다. 사진의 내용을 변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인종차별적이며 비열했다”면서도 “그건 내 사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켰던 사진 속 인물이 아니다. 처음 사진을 본 뒤 가족과 친구 등과 상의했으며 더 신중하게 살펴본 결과 자신은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졸업앨범을 본 적도 없고, KKK처럼 입은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사진 속 장면을 연출하려고 한 결정에 대해, 그리고 그 결정이 일으킨 상처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며 “용서를 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사퇴를 촉구했으며,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위터에 “노덤 주지사는 모든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으며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노덤에 맞서 위대한 버지니아주의 주지사에 출마했던 에드 길레스피는 지금 틀림없이 상대편 정당 조사 참모들의 배임과 직무유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선거 전 그 끔찍한 사진을 찾아냈다면 그가 20포인트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덤 주지사가 방금 ‘그 사진 속 두 사람 중 누구도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그 사진에 등장한 것에 대해 사과한 지 24시간 후에 나왔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노덤 주지사는 2017년 11월 치러진 이른바 ‘미니 지방선거’에서 53.9%를 득표해 공화당 길레스피 후보를 눌렀다. 버지니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해 온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당시 노덤 주지사의 승리는 백악관에 대한 민심의 반발로 해석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