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과장보도 배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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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004년 이른바 '왕따 동영상' 파문으로 자살한 경남 창원 모 중학교 교장 윤모(당시 60세)씨의 유족이 이 사건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조해섭 부장판사)는 23일 윤씨 유족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제대로 진위 확인 없이 단정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해 사태를 확대시켰다"며 MBC.마산MBC.취재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윤씨의 아들 2명에게 2300만원씩을, 부인에게 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MBC는 (문제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자) 교장인 윤씨가 수업시간 중 집단 괴롭힘을 방치할 정도로 감독을 게을리한 것처럼 보도하고 동영상으로 인한 파문을 축소.은폐하고 변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를 했다"며 "이로 인해 윤씨와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MBC는 '1년 가까이 괴롭힘을 당해온 학생의 부모가 재발 방지를 요청했는데도 학교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왕따 동영상이 수업시간에 교사가 있는 상태에서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며 "이는 과장된 표현을 넘어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이 학교 측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내용만을 주로 보도했다"며 "기자가 (동영상에 등장하는 학생의 부모를 만나는 등의) 취재 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일현 기자

◆‘왕따 동영상’파문= 2004년2월 경남 창원 모중학교의 한 학생이 친구의 머리를 건드리고 귀에 입바람을 불거나 가방을 빼앗는 장면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이 학생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촬영내용을 게시하자 네티즌들이 ‘왕따 동영상’이라고 제목을 붙여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뜨렸다.MBC는 이 장면을 일부 인용해 ‘학교는 나몰라라’‘수업중 왕따촬영’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다.이후 파문이 확산되고 학교 측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교장 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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