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잘못해 기업서 재교육 삼성만 한해 8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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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해 평균 6천여명을 신규 채용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신규 채용 인력을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로 재교육하는 데 연간 8백억원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학교육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기업들이 엄청난 재교육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안승준 삼성전자 인재개발연구소장은 26일 경기도 수원 경희대 캠퍼스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과 이의 실현방안'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安소장은 또 "국내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7만여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삼성 수준으로 재교육시킨다면 무려 2조8천억원이 드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재교육비에는 신입사원 입문교육, 현장 직무교육(OJT), 기술.마케팅 등 보수 교육 등이 모두 포함됐다.

安소장은 "삼성 관계사의 업종이 다양하고 교육비 자체의 개념도 모호한 면이 있어 8백억원이 정확한 수치라고 장담할 수 없으나, 기업의 재교육 부담이 이만큼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취업정보 업체 헬로잡이 최근 종업원 3백명 이상 업체 7백5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3.6%가 대졸 사원을 바로 실무에 투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경련의 한선옥 선임조사역은 "우리 대학교육이 기업 현장에 걸맞은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해 업계가 무거운 재교육비 부담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대기업들이 교육계를 향해 쓸 만한 인재를 길러 달라고 주문하는 자리였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SK㈜.포스코 4개사 인력 담당 간부들이 대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채용 절차는 어찌 달라졌는지 등을 참석한 조정원 경희대 총장 등 대학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발표자들은 지원자의 인성.능력을 잘 파악하기 위해 개별면접 비중을 높이는 한편 국제화 시대를 맞아 영어 구사능력을 좀더 중시하는 추세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데 뜻을 모았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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