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브로드웨이를 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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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미 공연 명칭 '쿠킹')가 뉴욕 브로드웨이의 밤을 깨웠다.

'난타'는 42번가에 위치한 뉴빅토리 극장에서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4주간의 공연에 돌입했다. 뉴빅토리 극장은 뉴욕의 대표적인 가족.아동극 전문 극장이다. '난타'는 이 극장이 1995년에 재개관한 이래 처음 초청된 한국 공연이자 2003~2004년 시즌 전체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실제로 이날 오후 7시 공연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입장하며 객석(5백석)을 가득 메웠다.

'난타' 제작사인 PMC 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는 "오랫 동안 기다려온 브로드웨이 공연을 실제로 올린다고 생각하니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 하지만 '난타'의 성공을 확신한다"며 상기된 얼굴로 관객들을 맞았다.

'난타'의 개막 공연이 열린 1시간30분 내내 객석에는 웃음과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관객 시식과 전통 결혼식' '만두 빚기 대회' 등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장면은 특히 어린이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대부분의 관객은 뉴빅토리 극장의 선택, 그것도 시즌 개막작이라는 데 믿음을 갖고 이 극장을 찾았다. 부인.두 자녀와 함께 '난타'를 보러 온 더글러스 워쇼는 "극장에서 보내준 정기 e-메일을 보고 왔다.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난타' 공연을 보고 난 후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관객 로즈마리 하임은 "실제 음식 재료를 소재로 한 것이 매우 특이해 보였다"며 "재밌게 봤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배가 고프다"며 함박웃음을 안고 극장을 떠났다.

'난타'의 영어 제목인 '쿠킹(Cookin)'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뉴욕에서 특히 주목을 끌 만한 제목이다. 이곳 사람들은 TV에서 방영하는 쇼에 가까운 요리 퍼포먼스에 익숙하기 때문에 주방 공간에서 벌어지는 '난타'에도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이제 '난타'는 가족 전문 극장인 뉴빅토리 극장을 딛고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갈 차례다. 난타 제작진은 이번 공연이 성공하면 이를 발판으로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난타'가 '스텀프''탭덕스''델라구아다' '트왁' 등 뉴욕에서 장기 흥행했던 퍼포먼스의 바통을 이을 장기 흥행작이 되느냐의 여부는 이제 4주 후 뉴빅토리 극장의 빨간 커튼이 내려간 후에 판가름날 것이다.

뉴욕=조용신(뮤지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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