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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이성천 예술원 회원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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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6일 67세로 타계한 작곡가 이성천(李成千.예술원 회원)씨는 계면조와 한(恨)의 정서로 가득찬 국악에 낭만적 해학적 정서를 뿌리내리기 위해 애써왔다.

가야금 독주곡 '놀이터'(1966), 해금 독주곡 '쥐구멍에 볕들었어도'(1990) 등을 비롯해 중주곡.합주곡.관현악.성악곡 등 여러 장르에 걸쳐 3백여편의 작품을 만들어 국악 현대화에 기여했다.

함북 길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톨릭대 의대 재학 중 건강이 나빠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대 음대 국악과 3기생으로 입학했다.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으며 성신여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음대 학장.국립국악원장.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 분과위원장을 지냈다.

또 한국국악교육학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음악 교과서에 전통음악의 비중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21현금 가야금을 시작으로 국악기 개량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향비파.월금 등 옛 악기를 복원 개량하는 데도 정열을 쏟았다. 2001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의 가야금 독주곡을 다수 초연한 이재숙(서울대 교수)씨는 "고인은 새로운 변경(邊境)을 끝없이 모색해온 작곡가"라며 "대부분의 표제음악인 그의 음악은 국악 연주회의 '스탠더드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또 동료 작곡가 전인평(중앙대) 교수는 "목이 긴 학처럼 조용히 살다간 선비 작곡가"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최영숙 여사와 1남3녀. 발인 29일 오전 9시 강남성모병원. 02-590-269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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