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을 담아 '찡~한 광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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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동국이 관중석에서 붉은 악마들과 함께 동료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의 KTF 광고. 삼성생명 광고에서는 관중석의 한 젊은 여성 서포터스가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에 감격해 눈물을 흘린다.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태극전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되뇐다. "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또 뛸 것이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4800만 붉은 악마가 있기에."

#초대형 태극기를 펼치기 위해 깃발의 끝을 잡고 관중석 계단을 질주하는 붉은 악마는 외친다. "90분 내내 태극전사들이 지치지 않고 싸워준다면 난 이대로 세상 끝까지라도 뛰겠다. 사랑합니다. 꼭 이겨주십시오."

#독일에서 활약하던 때의 흑백화면을 배경으로 차범근 감독이 비장한 어조로 당부한다. "사람들은 안다. 내가 이기기 위해 남김 없이 투혼을 다했는지 아닌지. 90분에 미쳐라. 승리를 맞이하라."

월드컵 경기나 관련 프로그램의 화면이 아니다. 월드컵을 소재로 한 TV광고들이다. 월드컵 광고가 진화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응원법을 알려주던 수준을 넘어섰다. 역동적 화면과 장중한 배경음악, 강렬한 카피가 어우러져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KTF '태극전사' 편은 관중석의 뜨거운 응원 열기와 함께 출전을 앞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담아냈다. 부상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이동국의 육성 코멘트 "비록 그라운드는 아니지만, 4800만 붉은 악마와 함께 더 뜨겁게 뛰겠습니다"가 나오는 KTF '이동국' 편은 광고 전문 사이트에서 베스트 광고로 꼽히기도 했다. 제일기획 김태해 국장은 "월드컵은 4년마다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축제가 됐다"며 "월드컵 광고도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다큐멘터리식 광고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명보 코치가 등장하는 삼성생명 '눈물' 편 광고는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악마들의 간절한 표정과 함께 "승리는 5000만 개의 꿈이 흘리는 감격의 눈물"이라는 시적인 카피를 내보낸다. SKT의 기업PR 광고는 승부 자체보다 선수, 감독, 선수 가족, 취재진, 경비요원 등 월드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고뇌와 염원을 모노톤으로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SK텔링크 00700 광고는 차범근 감독의 분데스리가 활약 시절 미공개 영상과 함께 '축구선수는 축구로 구원받는다' '너의 모든 영혼을 쏟아내라'는 육성 코멘트로 비장미를 표현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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