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급' IT 빠진 인터넷은행 설명회, 관심도 참석도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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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 23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는 4년 전 절반 수준인 50개 기업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3호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 23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는 4년 전 절반 수준인 50개 기업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설명회 120여명 참석, 4년 전 절반 수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도 제2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9층 회의실에서 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는 약 50개 기업과 단체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2015년 7월에 열린 국내 최초의 인터넷은행 인가 설명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당시에는 참석자가 300명(90개 기업) 넘게 몰려 강당을 빼곡하게 채웠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완화라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 17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자본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도 인터넷은행의 주식(의결권 기준)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설명회에선 정작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형 ICT 업체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2015년 인터넷은행 출사표를 던진 인터파크가 참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진출보다 내실을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년 전 KT를 비롯해 SK텔레콤, 다음카카오 등이 앞다퉈 참석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교보생명, 키움증권 등 일부 금융사는 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ICT 기업의 참여도가 높지 않아 컨소시엄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대어급’이 빠지면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이 준 게 사실”이라며 “대형 ICT 업체와 손을 잡지 않고서는 자금 부족으로 혁신사업 진출이나 사업 성과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금융사는 ICT 기업과의 합종연횡 전략이 필요하다. 이날 설명회에서 금융위는 인가 심사기준을 2015년 예비인가 당시 평가 배점표의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혁신성에 가장 높은 점수인 250점을 배정했다. 기존 금융 관행을 깨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얘기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총괄팀장은 “혁신성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촉진 여부가 중요하다”며 “핀테크나 ICT 기업 없이 금융회사만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인터넷 은행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자본금 규모나 조달방안은 물론 주주 구성계획,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인력ㆍ영업시설 등에도 각각 100점을 배정했다.

금융위는 3월부터 예비 인가 신청을 받아 두 달간 심사를 거쳐 5월께 예비 인가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본인가와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절차를 고려하면 최대 2개의 신규 인터넷은행이 2020년에 문을 열 전망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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