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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총력전에도 작년 성장률 2.7%…6년 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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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완주 시간 안에 간신히 결승선에 도달한 마라토너. 지난해 한국의 경제 성적표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애초 전망치 3%서 두 차례 낮춰 #4분기 정부소비 늘어 1.0% 성장 #박근혜 정부 4년 성적보다 낮아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7%(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한은의 전망치(2.7%)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편하다. 마라토너(한국 경제)의 체력이 떨어지며 결승선(성장률 전망치)이 지난해 내내 하향조정돼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은은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3.0%(1월)→2.9%(7월)→2.7%(10월)로 꾸준히 내렸다. 소수점 두 자릿수까지 따지면 지난해 성장률은 2.67%에 그쳤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였던 2012년(2.3%)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6년) 경제 성장률(2.8~3.3%)에 못 미친다. 당시에도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수준을 밑돌았고, 2012년 성장률 부진의 기저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성장률의 속내를 따지면 우려는 더 커진다. ‘정부의 힘’에 기대 막판 스퍼트를 올린 모양새라서다. 지난해 경제 성장을 이끈 건 정부 소비(5.6%)와 반도체가 주도한 수출(4.0%), 민간 소비(2.8%)였다. 지난해 정부 소비 증가율은 2007년(6.1%)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1%(전 분기 대비)의 ‘깜짝 성장’은 지갑을 연 정부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정부 소비는 3.1% 늘었다. 2010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의 급여비 지출이 증가하고 정부가 여러 물품을 사들이며 씀씀이를 키운 영향이다.

지난해 2~3분기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건설투자(1.2%)와 설비투자(3.8%)는 4분기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은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영향으로 건설 투자가 증가했다. 정부가 수송장비를 구매하면서 설비투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에서 정부의 기여도는 1.2%포인트였다.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반면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0.3%포인트)는 쪼그라들었다.

정부를 제외하고는 딱히 기댈 구석이 없다는 게 이번 성적표에서 드러났다. 성장의 주요 동력인 투자는 기력을 잃었다. 지난해 건설투자(-4.0%)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설비투자(-1.7%)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은 2.2% 감소했다. 2017년 4분기(-5.3%) 이후 1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 감소하며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 전반에 ‘감속’ 경고등이 커지며 올해 성장률 전망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오는 24일 발표될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전망치(2.7%)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외 금융사와 연구기관 16곳을 대상으로 취합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59%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결국 반도체와 자동차·선박 등 수출 주력 상품이 얼마나 팔리느냐가 올해 성장률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와 주요 수출국의 경기 둔화세도 심상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당초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6.6%)은 1990년(3.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단가의 하락과 중국에 대한 수출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달러에 진입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실질 경제성장률과 환율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000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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