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재사용의 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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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의대 사태이후 비폭력·평화집회 원칙을 천명한 전대협은 패배주의와 기회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비폭력 선언은 곧 파쇼정권에 대한 항복입니다.』
『우리의 화염병은 거대한 구조적 폭력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일 뿐입니다. 서울대·고대·성대등 시내 12개 대학생 5백여명이 16일 오후2시 성대 금잔디광장에 모여 「서울지역 민주주의 학생연맹」발족식을 열고 「반제·반파쇼투쟁에 보다 전투적으로 나설 것」을 결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학생운동권의 소수 목소리를 대변해온 「통일민주학생연맹」「민주화투쟁학생연합」소속 학생들이 기존 전대협 노선에 비판을 가하며 16일 두 조직의 통합체인 「서민학련」을 결성하게된 것.
『고 이철규군 사건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 공권력을 앞세운 폭력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진보적 대중의 정치조직으로서 임무를 다해나가겠습니다.』「서민학련」의 의장을 맡은 정균성군(23·성대불문4)의 취임 일성.
2시간30분 동안의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곧이어 스크럼을 짜고 교문 싸움을 위해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들고 교내 대성로를 따라 행진하기 시작했다.
교문에서 15분간 경찰과 대치하던 오후4시45분쯤 시위대중 한 학생이 화염병에 불을 붙였고 이를 신호로 3백여개의 돌과 화염병이 날았다.
돌·화염병 세례를 방패로 막아내던 경찰은 오후5시20분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내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퍼져나갔다.
『또 시작이구먼』
교문앞 자신의 가게에서 시위 현장을 바라보던 김모씨(42)의 한숨.
『다수의 비폭력 압력을 과소평가하는 소수는 과격해지게 마련이지.』
동의대 사태이후 근 2주만에 대학가에 다시 등장한 화염병과 최루탄의 공방을 바라보며 한 노교수는 이렇게 읊조리고 있었다. <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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