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집없이 시청자에 평가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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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13일 밤11시10분 우리는 안방에 앉아 최초로 남한사람의 편집을 거치지 않은 북한의 TV뉴스를 고스란히 볼수 있었다.
MBC-TV 『통일전망대』에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여주기 외해 지난7일 북한에서 방송됐던 「조선중앙TV 9시뉴스」전체를 녹화, 중계한 것은 『시청자들이 직접 보고 평가하라』는 과감한 기획으로 참신했다.
북한TV 뉴스의 머릿기사는 역시 통치자 김일성과 김정일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친북 제3세계 국가들에서 김의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내거나 그와 관련된 현지보도를 전하는 것들이었다.
이어서 『각지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열심히 생산투쟁을 벌여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생산독려 내용의 보도가 계속되다 마지막에 인터뷰와 북한관계 외신이 간단히 언급되고 끝났다.
TV뉴스 1편으로 그 사회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징적 한 단면은 볼수 있었다.
북한 TV뉴스는 우선 첫눈에 생소함을 느낄수 있었다.
13분이라는 시간동안 김씨부자 관련 단신 7개, 생산현장소식 7 개, 인터뷰 1개, 외신 2개등 17가지 뉴스가 처리됐는데 보도는 비평보다 사실을 알리는 수준이었고 내용도 모두 김의 주체사상과 북한사회의 발전에 대한 것들로 단순했다. 제작기술면에서는 70년대 초반의 우리 TV뉴스 수준이었다.
뉴스자체의 신뢰도와 북한 시청자들의 수용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미지수지만 모든 뉴스의 가치는 김일성 부자와 노동생산과 연관돼 결정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방송의 의미다. 어디까지나 인민들을 사회주의적으로 교육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속보성」이나 「비판성」이란 당성앞에서 아무런 의미를 가질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송으로 예단하고 북한 TV뉴스를 통해 북한사회를 알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다. 단지 그 사회의 방송만을 보았을 뿐이었다.
북한방송이 남한의 안방에 방송됨으로써 진정한 북한 바로 알기와 남북한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사회 자체가 개방되어야하며 동시에 북한 관계자료 개방에 대한 관계당국의 통제와 심의 역시 완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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