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톤 검사서 성문감정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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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선대생 이철규군(24)의 사인규명과정에서 정밀감정을 맡고 있는 치안본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소장 윤중진)에 국민적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플랑크톤으로부터 성문(목소리무늬)에 이르기까지 수사의 단서 및 사인규명등 감정을 맡고있는 과학수사연구소는 현장의 티끌하나까지 감정,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곳이다.
86년5월 서울 신월동 331의1 독립청사로 옮기면서 기구·장비를 확충, 면모를 일신한 과학수사연구소에는 현재 10여명의 박사를 포함, 1백20여명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일제시대인 1909년 법무부 행형과로 출발, 8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첨단장비를 지닌 국내유일의 공인감정기관으로 성장했다.
다만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부검때 부검의인 황적준박사의 「외압이 있었다」는 양심선언에서 나타나듯 보다 더 독립성을 부여해야 공신력을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피해자의 사체외에 아무런 범죄의 단서가 없을때 진상규명의 유일한 수단은 법생물학.
법생물학에는 변사체의 부검에서부터 유류품의 생물학적 감정까지 의학의 모든 전문분야가 총동원돼 억울한 죽음의 원인과 수사단서를 제공해 준다.
이군의 경우 과학수사연구소는 14일 △플랑크톤검사 △법리조직학적 검사 △독극물등 반응검사 △행적조사등 4가지 감정을 실시했다.
익사한 경우는 사체의 장기나 혈액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되기 때문에 플탕크톤검사는 이번 감정의 핵심 부분이었다.
물속에서 익사하더라도 심장마비등에 의한 급사일 경우 플랑크톤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10%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구소측은 또 사체에 외부가격이나 전기고문흔적이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피부 및 장기조직을 마이크로톰(조직박절기)과 자동염색기를 이용, 슬라이드를 만들어 현미경분석을 했으나 이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85년 레이저 지문검출기를 도입, 인간의 피부나 섬유등 종래 지문채취가 불가능했던 대상으로부터도 지문을 채취할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필적감정은 오랜 역사를 가진 분야로 입체현미경·레이저기등을 이용, 글쓴 사람의 나이·학력·성격·직업까지도 추정해내고 있다.
연구소가 최근에 개발한 기법은 협박범등의 목소리를 녹음해 범인을 가려내는 성문감정.
87년부터 실용화된 이 기법은 음성분석기를 통해 첨단장비로 목소리무늬를 프린트화 함으로써 위장음성을 써도 92∼98%의 정확도로 음성을 읽어낸다.
이밖에 거짓말탐지기등 각종 훌륭한 장비가 갖추어져 있으나 법의학에도 한계는 있는 만큼 법의학자의 양성과 과학수사연구소의 독립성 확보등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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