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마크 다양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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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적십자를 상징하는 마크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AP통신은 20일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적십자위원회 회의에서 적십자 마크를 다양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1863년 출범한 적십자는 그동안 통상적으로'적십자'라는 명칭과 함께 흰 바탕에 붉은 십자 마크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1906년부터 '적신월'이라는 명칭과 함께 붉은 십자가 대신 붉은 초승달을 써왔다. 이슬람 교도들에게 붉은 십자 모양은 십자군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십자의 세 번째 '중립적' 마크로 제안된 '적수정(Red Crystal)'은 흰색 바탕에 붉은색 마름모 모양이다. 마름모만 쓸 수도 있고, 마름모 안에 '다윗의 별'이 들어간 것도 있다. 십자와 달이 함께 들어갈 수도 있다.

통신은 "이번에 '적수정'마크가 나온 것은 이스라엘이 '적십자'나 '적신월' 마크 사용을 반대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적십자가 적극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1949년 제네바 협약에 서명하면서 '다윗의 별' 사용을 제안했으나 국제 적십자는 특정 국가의 상징은 쓸 수 없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열린 회의 때 진통 끝에 이슬람 국가들의 반대를 누르고 '적수정' 채택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안 파이퍼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적십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도주의 정신"이라며 "새 마크가 합의로 바뀌면 좋겠지만 만약 투표를 실시하면 참여국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공식 마크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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