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유럽 단거리 핵 일방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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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브뤼셀 로이터=연합】「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1일「제임스·베이커」미 국무장관에게 소련이 올해 연말까지 유럽 배치 단거리 핵미사일 (SNF) 5백기를 일방적으로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관리들이 말했다.
미 관리들은 소련이 또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각각 병력을 1백만 명으로 감축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탱크·장갑차 및 대포를 각각 4만대·4만2천대 및 4만 문씩 줄이며 나토는 공격용 항공기와 헬리콥터를 현재보다 55%씩 감축시킬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베이커」 장관을 수행한 기자들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이같이 소련의 재래식 전력대폭 감축계획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틀간의 소련 방문일정을 마치고 이 날밤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브뤼셀에 도착한 「베이커」 장관은 이와 관련, 소련의 이 같은 SNF감축 제의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소련이 단거리 핵무기 부문에서 12대1로 우세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이커」 장관은 『소련의 제의가 좋은 조치이기는 하나 유럽의 군사력 균형 면에서는 매우 미흡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예두아르트·셰바르드나제」 소련 외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소련의 유럽배치 단거리 핵미사일을 일방 감축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발표하고 미·소 양측은 자신의 동맹국들이 소련의 이 같은 제의를 통보 받을 시간을 주기 위해 12일 (현지시간)까지 소련의 구체적인 핵무기 감축제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바르샤바 조약기구 재래식 전력의 대 나토우위를 이유로 단거리미사일 감축협상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서독은 이에 찬성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고르바초프」의 새 제의는 오는 29∼30일 개최되는 나토창설 40주년 정상회담에서 나토 회원국간 불협화음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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