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가 기습번트? 적군도 아군도 속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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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사진)의 허를 찌른 기습번트가 19일 일본 언론을 또 한 번 흔들어 놓았다. 팀의 4번 타자이자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승엽이 기습번트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뉴스인데다 그 상황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기발한 순간이어서 이승엽의 '똑똑한 야구'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것.

이승엽은 18일 라쿠텐전에서 1-2로 뒤진 6회 2사 1,3루에서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를 3루 쪽으로 댔다. 이승엽으로서는 홈런을 노리기보다 일단 동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먼저 감안한 시도였다. 그런데 이 번트 타구에 상대 수비진이 속아 넘어간 것은 물론 요미우리의 3루 주자 스즈키 다카히로도 홈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3루에 머물고 말았다. 일본 언론들은 이승엽의 '수준 높은' 선택에 주자가 미처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 하라 감독은 "이승엽은 가장 확률이 높은 득점방법을 택했다. 3루 주자나 주루 코치가 예상하지 못했다면 큰 문제"라며 3루 코치와 주자를 나무랐다. 반면 이승엽은 "스즈키에게 귀띔이라도 해줄 걸 그랬다"며 동료를 감쌌다. 이승엽은 지난주 동료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아 홈런을 도둑맞았을 때도 "그가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라며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

이승엽은 19일 오릭스 버펄로스전에서 4타수 1안타.1득점을 기록, 8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2-4로 져 최근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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