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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반도체 묻자, 이재용 "실력 나온다" 최태원 "삼성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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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분위기는 좋았지만, 대통령의 속 시원한 답변은 없었다.”

10대 기업 총수 한자리 모인 건 처음 #커피 든 텀블러 들고 청와대 경내 산책도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여한 한 참석자가 전한 이 날 행사 분위기다. “친기업 정책을 펼치겠다는 분위기는 읽혔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현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또 다른 참석자는 전했다.

재계에선 이날 행사에 거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우선 행사 규모 자체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128명의 기업인 중에서 대기업 총수만 22명이었다. 10대 그룹 총수가 같은 행사에 동시에 참석한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15일 오후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는 대한상의가 추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회장 등 대기업 대표 22명과 중견기업인 39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등 모두 128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15일 오후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는 대한상의가 추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회장 등 대기업 대표 22명과 중견기업인 39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등 모두 128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대기업 총수 등 행사 참석자는 숭례문 인근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 모여 함께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는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배경막이 걸렸다.

청와대는 기업인과의 대화 후 청와대 경내 산책까지 마련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영빈관에서 시작해 본관ㆍ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진행된 산책에서 참석자들은 커피가 든 텀블러를 손에 들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청와대가 준비한 텀블러였다. 텀블러에도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새겼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이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라며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라고 덕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 번 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며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함께 산책하던 최태원 SK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며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된다”고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참석 기업인들과 본관 뒤 불로문 주변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참석 기업인들과 본관 뒤 불로문 주변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은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기업에 부담이 안 되도록 하는 걸 건의했으나 (정부에서) 거기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안 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지역 상의 회장은 “겉옷을 벗고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화기애애했지만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경제 정책과 관련해 속도 조절하겠다는 답변 말고는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신한울 원전 3ㆍ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은 “신한울 3ㆍ4호기 공사 중지로 원전 관련 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있다”며 “향후 해외원전을 수주하더라도 2~3년 동안 버텨야 하는데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원전산업의 특성상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공사 재개를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원전)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며 “기자재 및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정부 귀 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건설 재개 논란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 확산 중이다.

강기헌ㆍ오원석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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