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무원 직속인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천지루(沈驥如)국제전략연구소 주임은 연구소가 발행하는 '오피니언' 9월호에서 "북한이 공격받을 경우 중국이 반드시 군사 원조를 하도록 규정한 '조.중(朝中)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북한과 중국이 1961년 7월 맺은 이 조약 2조는 "조약의 한 당사국이 공격을 받으면 이를 저지하며 다른 국가는 지체없이 전력을 다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물밑에서 이 조항의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기는 했으나 정부 직속 연구기관이 이 같은 의견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중국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주목된다.
沈주임은 '동북아시아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당면 급무'란 제목의 논문에서 "중국은 새 안보 개념에 따라 이미 군사동맹을 선택안에서 포기했고, 북한의 핵 개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표명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이 때문에 북한과 미국 간에 전쟁이 벌어져도 (북한 지원을 위해)군대를 파견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조약 개정을 요청한 뒤 북한과 의견이 일치되지 않더라도 조약의 존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다"며 "이제 중국 정부는 북한에 조약 개정을 공식 제기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는 북한이 '조약에 따라 중국이 군사지원을 할 것'이라는 계산 아래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략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 효과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沈주임은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 교착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에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북.미 대화와 다자협의를 통해 북한에 핵 개발 포기를 촉구하면서 미국이 강경론으로 치닫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루는 데 반대하고 있으나 沈주임은 논문을 통해 '관계 당사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엔이 해결에 나서는 데 반대해서는 안된다'며 경제제재와 무력에 의한 강제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한 부분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