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몰입으로 집중력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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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에 앞서 학부모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아이들의 산만함이다. 일부에서는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아이가 산만해질 수 있고, 초등학교에서 영어유치원 출신들을 선생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일반유치원 보내고 영어교육은 따로 학습지나 과외수업 등으로 병행해서 시킨다는 학부모들이 많다.

과연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아이가 산만해질까? 이와 같은 학부모들의 생각이 일견 일리가 있기도 하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현상만으로 잘못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영어유치원에서 인성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아이가 산만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쉬운 것 같아도 사실 상당한 전문적 지식과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모국어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외국어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의 교육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몰입이다. 아이들은 집중시간이 성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미취학 아동의 집중시간은 10분 내외에 불과하다. 아주 훈련이 잘된 7세의 경우도 20분을 넘기지 못한다. 따라서 10~20분의 집중시간을 잘 활용해 교육적 성과를 올리는 것이 교육의 과제다.

아이들이 학습내용에 몰입하는 데는 적절한 과정과 조건들이 필요하다. 바로 흥미 유발을 위한 동기부여다. 성인들의 학습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이들의 학습은 흥미 유발을 통한 동기부여가 선행돼야 하고 짧은 시간 몰입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유치원에서는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아이들의 교육을 편성하고 있다. 10~20분 짧은 교육을 위해 그보다 많은 시간을 흥미 유발을 위한 워밍업 시간으로 보낸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산만한 아이들이 몰입해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집중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몰입을 위한 동기유발 과정 없이 바로 학습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몰입하지 않게 된다. 아이가 몰입하지 않은 채 수업이 계속 되면 아이들은 점점 집중력을 더 잃어버리게 되고 자꾸 다른 흥밋거리를 찾아 헤매게 된다. 아이가 산만해지는 것은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적절한 학습동기 유발 과정 없는 일방적 학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가 산만해졌다는 것은 아이가 동기 유발 과정 없는 일방적 학습을 강요당할 때 생기는 현상이지 영어유치원에 보냈다고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동기 유발과정 없이 이 교육 저 교육을 많이 시키면 어떤 교육기관에 보내도 아이는 산만해지게 된다. 유치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뢰벨은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유치원 교육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아이가 놀이를 통해 세상의 즐거움과 자유, 만족, 휴식, 평화를 얻는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놀이에 몰입해 있을 때 아이는 자신과 타인의 삶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려 깊고 확고부동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아이에게 놀이에 몰입하는 것은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이며 나아가 인성교육인 셈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유치원 즉 Kindergarten을 만들었는데 이 뜻이 '아이들이 노는 동산'이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영어유치원들은 아이들이 노는 동산이 아닌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하며 글씨 연습과 읽는 연습을 하는 교실로 만들어버렸다.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영어만 사용하게 한다고 해서 영어몰입교육이 아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갖고 영어로 다양한 놀이와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환경조성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영어몰입교육인 것이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 몰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몰입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 이기엽 워릭영어학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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