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6개 공장 처분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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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과 독일의 합작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미국 법인인 크라이슬러가 미국에 있는 6개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할 예정이라고 AFP가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5년 전 성사된 두 회사의 합병이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AFP에 따르면 크라이슬러의 2개 부품공장은 문을 닫고 4개 공장은 매각될 예정이어서, 종업원 4천7백명이 감원 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3위의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는 최근 거대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다수의 공장을 처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크라이슬러는 흑자를 내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미 2만6천명의 종업원을 해고했으며 추가 감원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2분기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올해 전체로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98년 독일 다임러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 간의 3백60억달러 규모의 대형 합병을 성사시켜 고급차 시장뿐 아니라 대중차 시장까지 영향력 확대를 노렸던 위르겐 슈렘프(59)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의 입지도 좁아졌다.

크라이슬러의 부진이 그룹 전체에 타격을 주자 슈렘프 회장에 대한 사임 요구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은 합병 전 4백70억달러에서 지금은 3백8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인 BMW의 시가총액은 27% 증가해 현재 2백5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주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다. 회사 경영진 안에서도 슈렘프 회장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9월 29일)는 '합병은 실수였나' 제하의 기사에서 "크라이슬러는 독일 모회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파산했을 것"이라며 "슈렘프 회장은 크라이슬러의 경쟁력을 과대 평가했다"고 꼬집었다.

유럽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크라이슬러 전체를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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