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도 산성화… 해초 등 생태계 파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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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닷물이 조금씩 시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2일 미국 로런스 리버무어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바닷물이 갈수록 산성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지난 1백년간의 바닷물 pH수치(수소이온농도:7이 중성이며 낮을수록 산성이 강함)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는 물에 녹아 탄산이 되면서 중성인 물을 약산성으로 바꾼다. 그런데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바닷물의 산성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의 산성화 정도는 대형 운석의 충돌과 같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지난 7백년 사이에 처음 나타난 이상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아직은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해양 생태계 파괴라는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탄산칼슘을 많이 필요로 하는 해초와 조개류 등의 생태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대신 바다 속으로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런던=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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