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여의도 집회가 "분수령" | 막바지로 치닫는 「춘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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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봄 임금 교섭과 노사분규가 한고비에 이르렀다.
1천8백73건의 분규가 발생했던 지난해의 경우 연중 분규의 50%가 4∼6월에 집중됐고 특히 4월말 5월초에 많았으며 올해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노사분규 건수는 5월10일을 분수령으로 하강 곡선을 긋기 시작했기 때문에 노동부 관계자들은 지금부터 메이데이인 5월1일을 거쳐 5월10일께까지가 올 분규의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 임금협상 실태를 중간 점검한다.
◇협상현황=「5월1일 총파업」설이 나돌았던데서 알 수 있듯이 올 봄의 노사간 임금교섭 현장은 지난해 봄에 비해 분명히 더 달아오르고 있다.
올봄 분규의 파고가 높아진 것은 △노조의 지역·업종별·그룹계열사별 연대 투쟁양상이 나타났고 △노사문제에 대한 공권력 개입의 강화로 노·사·정의 분위기가 경색됐으며 △1년간 2천개의 신규노조가 생긴데다 △중소기업의 신규노조들이 설립과 동시에 쟁의를 벌인 점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노총과 「민주」노조가 교섭력 강화를 위해 4월10일께 동시 쟁의 발생신고, 4월2O일께 파업돌입으로 일정을 맞추자 정부와 기업들은 동시연대 파업의 우려 속에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었다.
◇총파압설 진상=이 같은 분위기에서 4월 중순에는 여당과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5월1일 전 산업 총파업설이 나돌아 더욱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좌익의 총궐기」가 예상된다는 해석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총파업 추진세력으로 알려진 전국 노동법 개정 및 임금인상 투쟁본부 (본부장 단병호·43·구속중) 는 『총파업 계획을 세운바 없고 실질적으로 추진할 역량도 없다』 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포시킨 것』 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노동부도 전 산업을 마비시킬 만한 파업은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다만 마산·창원처럼 노조의 응집력이 강하고 기간사업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연대파업으로 지역 경제가 뒤흔들릴 수 있는 우려는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단체동향=5월1일 총파업은 일단 「세」로 확인되기는 했으나 「민주」노조측은 최근 상징적인 지역별 시한부 동맹파업으로「세」를 보였다. 15일에는 부천지역 「민주」노조 30여개가 구속노조 간부석방 및 경찰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1일 파업을, 2O일에는 서울의 50여개 「민주」노조가 단병호 의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일 동맹파업을 벌였었다.
「민주」노조진영은 산하노조 상당수의 임금 교섭이 타결됨에 따라 최근에는 3O일 여의도에서 가질 예정인 「세계노동절 1백주년 기념 한국 노동자 대회」준비에 전력을 쏟는 분위기다. 이들은 전민련·전교협·민주교수 협의회·전대협 등 58개 단체후원으로 10만여명이 참여, 근로자의 단결을 과시하는 집회로 계획하고 있어 이를 봉쇄하려는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이 집회는 봄철 임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전망 낙관=정부의 좌경세력 척결 분위기와 겹쳐 올봄 임금교섭은 이념 논쟁까지 곁들여지고 있으나 임금교섭 진도는 예상보다 순조로운 편이다.
27일 현재 1백인 이상 기업 6천8백1곳중 1천8백 곳의 교섭이 타결돼 15%의 진도율을 기록, 지난해의 13%를 앞지르고 있다. 노조측의 엄포(?) 탓인지 임금 인상률도 평균 16%에서 지난해보다 4%가 높다. 다만 3O개 대기업 그룹(5백89곳) 에서는 17곳만 타결돼 2·8%의 진도율을 기록, 극심한 눈치보기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동시파업이 우려됐던 인천·서울 구로·성남·경기남부·포항·광주 등 지역 「민주」노조의 절반 이상이 현재 임금교섭을 타결지어 제조업체에서는 마산·창원을 제외하고는 동시파업의 가능성이 낮아져 올봄 분규는 예상했던 만큼의 큰 격랑은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부측도 5월초 노사분규가 절정기에 이르렀을 때의 동시진행 건수가 2백50건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인산지역 민주노조는 50여곳중 한독 금속등 28곳이 타결됐고 구로지역 임투본부는 32곳중 대한광학 등 19곳이 타결됐다. 성남에서도 4O여곳중 20곳이, 경기 남부에서는 40여곳중 15곳이, 광주에서는 20곳중 16곳이 타결됐다.
다만 노총 산하인 38개 탄광 노조와 2백46개 서울택시 노조가 교섭 결렬시 연대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창원 등지 대기업의 분규에서 돌발사태가 일어나는 등의 변수는 남아있다. 현재 진행중인 분규가 많은 곳은 마산·창원, 부천, 성남, 구미지역이다.
결국 노사 양측이 「분배의 정의」와 「일터의 발전」을 함께 살리는 지혜를 발휘하고 정부가 공권력을 중립적으로 행사하면 노사분규도 불길이 잡혀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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