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일본 홈런왕 '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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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0)이 일본프로야구 홈런왕을 향해 거침없이 홈런포를 뿜어내고 있다.

이승엽은 16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또 대포를 쏘아올렸다. 14일 오릭스 버펄로스 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즌 22호째 대포다. 2-7로 뒤진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라쿠텐 구원투수 가와이(좌완)의 초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커다란 타구였다. 이승엽은 15일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때려 시즌 21홈런으로 리그 홈런 단독 1위로 도약한 뒤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거침없는 페이스로 치닫고 있다.

이승엽은 이날 두 번째 타석까지는 삼진과 2루 땅볼로 물러났으나 세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뒤 네 번째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3-7로 졌다.

이승엽의 홈런을 분석해 보면 내용이 아주 좋다. 22개의 홈런 중 우완투수에게 15개, 좌완투수에게 7개를 기록했다. 끌어당겨 펜스를 넘긴 것이 13개, 밀어 넘긴 것이 5개, 정중앙으로 향한 것이 4개다. 홈런의 코스가 말 그대로 '부챗살'처럼 퍼지는 스프레이 홈런을 선보이고 있다.

구질별로 홈런을 분석해 보면 이승엽의 기량은 절정에 올라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 홈런 가운데 직구를 받아친 것은 9번, 슬라이더 6번, 포크볼을 비롯한 체인지업이 4번, 싱커.커브.역회전볼이 한 개씩이었다. 다양한 구질의 공을 때려 넘겼다.

즉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그를 반쪽짜리 선수로 기용했던 보비 밸런타인 롯데 감독의 결정은 잘못된 것임이 확인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승엽은 지난달 27일(지바 롯데)과 6월 3일(세이부) 도쿄돔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우측 스탠드 상단의 광고판을 직접 때리는 146m짜리 초대형 홈런포를 두 방이나 쏘아올렸다. 지난겨울 많은 훈련을 해 힘에서도 이제는 메이저리그급이 됐다.

최근 이승엽의 타격을 지켜본 메이저리그의 한 스카우트는 "왼손투수의 공을 때릴 때 나쁜 습관이 있었다. 머리가 먼저 돌아가고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약점이 없어졌다. 이승엽은 자신의 약점을 알고 그걸 고쳐나가는, 아주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가 이승엽에게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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