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성 고용률 50%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여성 고용률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여성 인구 중 1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가 49.8%에 이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5.8%) 비해 아직 낮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취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성장에 필요한 인력 확충은 단기적으로 여성의 취업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여성 인력의 활용은 이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개인적인 자아성취를 북돋운는다는 차원을 떠나 국가적인 과제가 됐다.

그러나 여성 고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용률이 늘어났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우선 20대에 60%에 이르는 여성 고용률이 30대에 들어서면 40%대로 뚝 떨어진다. 여성이 결혼과 임신.출산 등으로 일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많고, 일단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아직도 여성 인력의 전문성과 경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50, 60대 여성 고용률은 다시 높아진다. 이들의 상당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일자리를 찾는 경우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가계의 소득기반이 불안해지면서 다만 얼마라도 가계 수입을 늘려 보겠다는 일념으로 일하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음식.숙박업소의 허드렛일이나 가사 보조, 열악한 환경의 가내 수공업, 또는 생계형 자영업에 몰려 있다.

여성 취업자 전체로도 도소매.음식.숙박업종 등 서비스업 종사자가 3분의 1이 넘는다. 임시직의 비율도 여성 취업자가 더 높다. 고용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성 고용의 질은 여전히 낮다는 얘기다.

이제는 단순히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보다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취업한 여성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안정적으로 여성의 취업을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