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쫓겨난 교수의 독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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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말 갈 때까지 가자는 거냐. 대체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일이… 』
눈언저리가 붉게 충혈된 한교수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허공으로 고개를 돌렸고 주변의 다른 교수들도 분노와 허탈감에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24일 오전11시30분 점거농성 40일, 임시휴업 10일째를 맞고 있는 서울교대 정문앞.
굳게 eke힌 철제교문밖에 늘어선 이 학교 교수 80여명이 철문안의 캠퍼스를 망연히 바라보고만 있다.
『학교에서 쫓겨난 뒤 인근 국민학교와 학교앞 다방을 돌며 대책회의를 해왔다. 너희들이 우리 제자라면 이젠 교수들을 학교에 들어가게 하고 협상해도 될 것 아니냐』
『휴업령을 내린 것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스스로 교육을 포기한 교수님들이 이제와서 학교에 들어오면 뭐합니까. 휴업령을 풀기 전엔 안됩니다』
교수들의 하소연에 학생들의 대답은 냉정하다.
『야 이놈아, 이 학교가 너희들만의 것이냐. 우리가 왜 학교밖에서 서성거려야 한단 말이냐』
『……』
서울교대는 지난달 15일 학생들이 등록금동결을 요구하며 점거시위에 들어갔고 교수들은 몇몇 학생들만으로 교내 풀밭과 연구실에서 수업을 강행, 감정대립으로 치달아왔다.
게다가 지난 7일 이 학교 남태지군이 분신자살하고 가족들이 남군유해를 화장해버리자 학생들은 교수들이 유족과 짰다며 교수들을 쫓아내고 연구실을 부쉈고, 학교측은 임시휴업령으로 맞섰으나 결국 교수들이 학교에 들어가야겠다며 시위를 벌이는 웃지 못할 사태로까지 발전한 것.
오전11시30분 학생 한 명이 교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교정문에 『학생들만으로 자치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공고를 내붙이고 아무 말없이 닫혀진 철문안으로 사라졌다.
『한 사회의 지성과 이성을 대표한다는 대학이 어쩌다 이 꼴 이 모양이 됐는지, 제자들을 나무라기에 앞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쓸쓸히 발길을 돌리는 교수의 한숨섞인 독백은 오늘 대학인 모두가 겪는 아픔인 듯 했다.<김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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