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농사캠프|자연에서 올바른 가치관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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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3일 오전10시 경기도강화군길상면선두리 화랑공원내 계몽문화센터 강화 자연학습원. 봄기운이 무르녹는 가운데 국교 1∼5학년 어린이 58명이 한손에 꽃삼을 든 채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고랑에 희게 뿌려진 것이 비료입니다. 이것이 잘 보이지 않게 손으로 흙을 살짝살짝 덮어주세요. 감자는 칼로 자른 면이 밑으로 가도록 뉘어 심는데, 감자 눈이 여러 개일때엔 길게 자란 큰 싹은 부러뜨리고 심도록 하세요. 감자와 감자사이는 30cm, 씨앗은 완전히 흙에 덮이도록 해야 합니다.』 현장지도교사의 시범이 끝나자 어린이들은 각기 2평남짓한 「자기밭」에 감자를 심느라 여념이 없다.
처음엔 손에 흙을 묻히기가 두려운 듯 꽃삽으로 이리저리 흙을 뒤걱이던 어린이들이 2시간 가량 감자며 옥수수를 심고 난 뒤 제 농토임을 표시하는 팻말을 붙일 때는 흙에 무릎을 꿇는 것도 서슴지 않을 정도가 됐다.
계몽문화센터 어린이 농사캠프에 참가한 구윤희양 (9·서울대도국 2년)은 『꽃씨는 심어보았지만 농사를 지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틀림없이 잘 자라 수확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 이종연 군(10·서울대현국3년)도 『집에서 화분에 고구마를 심던 것과는 달리 땀이 넓고 돌도 많이 있어 힘들었다』며 『앞으로 매월 한차례씩 빠지지 않고 와서 잡초가 자라지 않게 열심히 관리해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도시 어린이들에게 농사의 수고와 기쁨을 맛보게 하는 이같은 어린이 농사캠프가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83년. 서울YMCA가 경기도평택군진위면 어린이 학농원과 연계를 맺고「YMCA 어린이농사캠프」를 시작했다. 현재 어린이 농사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YMCA·대교문화·계몽문화센터·서울오류국교 등.
일부 유치원에서도 교육과정으로 밭농사짓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농사캠프가 자연학습의 산교육장으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어린이 농사캠프의 경우 4월에 첫 파종, 매월 한차례씩 작물 가꾸기를 한 후 10월이나 11월에 수확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어린이 농사캠프에서 주로 심는 작물은 감자·옥수수·고구마·완두콩·땅콩·배추·무우 등 가지·호박 등을 심는 곳도 있다.
농사캠프에서는 재배일지도 작성토록 하고 있는데, 농사활동성과에 따라 재배기록을 정확히 했거나 가장 많은 수확을 한 「어린이농사꾼」에게 상품을 주기도 한다.
어린이 농사캠프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 나갈 수 있다는 것.
오류국교 이영숙교장은 『씨를 파종해서 수확의 성과를 맛보기까지 꾸준한 노력과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앎으로써 어른이 된 다음에도 무엇을 이루고자할 때 성급하지 않고 쉽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YMCA 윤룡성간사는 『처음엔 과연 옥수수가 열릴까 하고 반신반의하던 어린이들이 7월에 수확할 때면 「신기하고 고맙다」며 입을 모으기도 한다』고 들려주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데 큰 보탬이 된다』고 했다.
어린이 농사캠프의 단점은 참가비가 비싸고 거리가 멀다는 점. 7회로 이루어진 캠프 참가비가 8만∼9만1천원으로 부담이 큰 데다 서울근교라 해도 버스로 2∼3시간정도 걸려 좀 더 가까운 지역에 어린이 자연학습장이 생겨나기를 관계자들은 바라고 있다. <강화=홍은희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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