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만 유리한 음원값···정부는 왜 뒷짐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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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김경진 산업2팀 기자

김경진 산업2팀 기자

올해부터 ‘음원값(저작권료)’이 오른다. 멜론 등 음악 서비스 사업자는 더 많은 저작권료를 내고 음원을 사와야 한다. 단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나 애플 뮤직은 예외다.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르면 해외 사업자는 징수 규정에서 제외된다.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사용료는 협회(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와 협의해 정한다(26조 3항)"는 조항 때문이다. 한마디로 구글(유튜브)이나 애플(애플 뮤직)같은 해외 사업자가 내는 돈은 협회와 협상하기 나름이란 얘기다.

이 규정은 3가지 면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첫째,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해외사와 국내사가 부담하는 ‘원가(저작권료)’가 다르다. 애플 뮤직은 판매액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내기 때문에 3개월 무료 행사때 저작권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에 비해 국내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받는 돈이 없어도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둘째, 신탁관리단체와 해외 사업자 간 개별 계약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모든 거래 내용이 ‘깜깜이’다. 국내사는 규정대로 저작권료를 내기 때문에 징수 기준이 명확한 데 비해, 해외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정산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셋째, 해외사는 새해부터 오른 저작권료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도 국내 저작권 관련 규정을 피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얼핏 봐도 해외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런 조항은 누가 왜 만든 것일까. 신탁관리단체와 정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우선 정부 입장은 이렇다. 저작권 문제는 창작자와 이용자, 서비스 회사 등의 갈등이 첨예한 만큼 신탁관리단체가 협의를 통해 규정을 만들어 오면 정부가 이를 승인한다는 것이다. 신탁관리단체가 규정안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탁관리단체의 말은 다르다. 협상할 때 외국 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정부가 신탁관리단체 뒤에 숨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탁관리단체에 따르면 구글이나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플랫폼이기 때문에 K-팝 등 국내 음악의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교두보가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는 한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공룡과의 협상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신탁관리단체에 ‘억울하면 징수 규정을 고쳐라’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커피숍·호프집·헬스장도 매장 규모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급하라는 규정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국내 소상공인의 형편을 고려하다보니 전반적으로 비용 부담을 낮췄다. 이로 인해 매장당 월 2만원의 저작권료를 내고 있던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숍은 오히려 평균 1만3000원 정도로 비용 부담이 줄었다.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 국내사와 해외사 간 동일 서비스·동일 기준 원칙을 지켜주길 기대한다.

김경진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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