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샤론 총리가 벌인 '표적 살해'다. 그는 "유대인은 테러리스트들을 없앨 권리가 있으며, 발톱보다 머리를 잘라야 적을 제거할 수 있다"며 이 작전을 강행했다.
하마스는 이튿날 란티시를 새 최고 지도자로 뽑고 보복을 다짐했다. 란티시는 "이스라엘이 지도에서 사라질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취임 한 달도 안 된 4월 17일 자동차를 타고 가다 이스라엘군의 로켓 공격으로 주변 사람 셋과 함께 불귀의 객이 됐다. 하마스는 다음날 새 최고 지도자를 선출했지만 이번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올 1월 총선 승리로 집권하고도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 '이라크 최대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알자르카위가 7일 미군의 폭격으로 숨졌다. 특정인의 목숨을 노렸으니 이 역시 표적 살해로 볼 수 있다. 우두머리를 잃은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은 하마스처럼 새 지도자의 신원을 숨겼다. 알무하지르라는 인물을 옹립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집 떠난 외국인'을 뜻하는 낱말일 뿐 진짜 이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문제는 이스라엘.미국이 '테러 소탕'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무고한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자폭 테러로 민간인을 마구 공격하는 것은 큰 문제지만, 적 지도자 한 명을 표적 살해하기 위해 어린이.여성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인 거주지에 미사일과 폭탄을 날리는 이스라엘이나 미국도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엔 가자지구의 해변에서 소풍을 즐기던 팔레스타인인 가족 여섯 명이 이스라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에 몰살하기도 했다. 그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아빠, 아빠"하며 울부짖는 소녀의 모습이 전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알자르카위와 함께 저녁을 먹다가 폭사한 다섯 명 중에는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신념을 위해 싸우는 이에겐 죽음도 '순교'나 '고귀한 희생'일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없이 죽어간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성전'은 무엇이고, '테러와의 전쟁'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채인택 국제부문 차장